나만 잘하면 될 것 같은

멋있는 아빠, 나도 멋있는 아들이 될게.

by Biiinterest

24.05.08(수)

우리 아빠는 종종 자신의 꿈이라며 하는 말이 있다.

"아빠는 회사 그만두면 버스 기사가 될 거야, 마을버스 기사."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빠의 말에 왜 하필 버스기사냐는 질문에 아빠는 대답한다.

"혼자 묵묵히 운전만 하면 되잖아."

아빠는 운전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무언가 함께 하기보다는 묵묵히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농사를 할 때 아빠는 마음이 편안한 것 같다. 그런 아빠의 꿈, 나이 들고 운전하는 모습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멋있다는 생각에 딱히 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아빠는 천천히 자신의 꿈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형 면허를 따고 버스 기사 자격증을 준비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는지 조금 미루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곤 천천히 준비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렇게 아빠의 꿈은 천천히 준비되고 있었다.


이번 달 누나에게 아빠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허허 요즘 나에게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가족에게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게 티가 확 났다.) 회사에서 아빠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가장 우울한 시기가 바로 정년퇴직 시기라고 한다.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찾기 어려워지고 무기력해지는 그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올해 7월만 지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다며 좋아하던 아빠의 모습이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까. 아빠가 걱정되지만 선뜻 아빠에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아빠를 걱정하며 좀 머쓱하지만 아빠에게 편지를 좀 써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가족 단체 카톡방에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버스 기사 자격증"


응? 이게 무슨 일이지. 어제 아빠가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빠가 이제 일을 그만둬야 하니 마음이 불안했는지 공부를 다시 시작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늘이 자격증 시험 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빠는 당당하게 합격을 한 것이 아닌가. 내가 걱정했던 아빠의 모습은 괜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아빠는 스스로 잘 이겨내고 준비하고 있었구나.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존재가 조금은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아빠의 위엄이 조금은 사라져 가고 꽤 가부장적이었던 아빠의 모습에서 가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빠를 보면서 더욱 아빠가 작아진 모습에 가슴이 아프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아빠의 모습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빠는 작아진 게 아니었다. 아빠의 가치관이 달라졌고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바꾼 것이다. 아빠는 늘 아빠였다.


아빠는 무슨 재미로 살까? 한참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 술도 안 마시고,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아빠는 무엇을 위해 살까? 늘 가족을 위해 사는 아빠를 보면 답답할 때도 있었다. 왜 저렇게까지 가족만 생각할까. 다른 아빠들처럼 자신의 삶을 위해 좀 살았으면 좋겠는데 우리 아빠는 왜 그러지 않을까? 아빠에 대한 미안함이 아빠를 바라보는 시선에 불편함으로 자리 잡은 것일까. 이렇게 이해되지 않던 아빠가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아빠는 아빠니까.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아빠니까.


늘 전화 통화를 하면 같은 대화만 이어간다. "잘 지내지? 그러면 됐어. 밥은 먹었지? 그러면 됐어."

아빠와의 통화는 3분이면 끝난다. 3분도 길다. 1-2분이면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짧은 통화에 아빠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아빠는 아빠답게 잘 살고 있구나. 이제는 더욱 커 보이는 아빠를 보면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잠기는 하루. 나도 나답게 나의 인생을 살아가자. 아빠가 아빠답게 살아가는 인생을 본받으며.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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