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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n 06. 2024

내 그릇의 크기를 알게 됐다

책을 읽고 직접 투자해 보며 저희 부부에게 결혼 후 단 3년이 안 되는 시간에 2채의 아파트가 생겼습니다. 저축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됐고, 부동산 투자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직접 경험해 봤으니까요. 저축액이 많아지면 그만큼 투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사실 말입니다.


신기했습니다. 단 두 번의 스텝을 밟았을 뿐인데 총자산은 결혼 당시 대비 거의 3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복권과 같다고 여기며 부동산에만 투자하면 뭐든 잘 풀리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죠. 저는 이 시기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후에도 재테크 관련 도서 한 두 권은 꾸준히 읽어나갔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서 ‘부동산이 진짜 돈이 되는구나’라는 신념 비슷한 것을 마음속에 세우게 됩니다. 모든 자산에는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간과하면서요.


한편,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기존에 두 차례 입주권 구입으로 죄다 끌어 쓰다 보니 자금은 어느덧 바닥이 났습니다. 보유한 자산 없이 대출에 의존해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겁니다. 이 경우 한숨 고르고 멀리 떨어져 제삼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는 게 당연히 맞는데, 제가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이미 부동산에 혈안이 돼 있었으니까요.


본인이 어떤 자산을 공부하다 보면 편향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자산에 투자만 하면 대박 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만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하죠? ‘이거만 하면 대박 나겠는데?’ 하며 무리하게 돈을 끌어 쓰다 보면 생각과 다른 방향의 전개로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막강한 규제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특히 가파르게 오르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극심했어요. 그리하여 ‘지금 주거용 부동산에 진입하는 것은 조금 무리다.’로 결론을 내리고 눈을 돌려 상업용 부동산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는 아파트형 공장. 지금은 ‘지식산업센터’라고 하죠. 특별히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아 자산을 늘릴 충분한 기회가 또다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매우 흥분됐습니다.


현재 ‘지식산업센터’는 수요 대비 공급량 초과로 인해 굉장한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지어져서 수요가 턱없이 부족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대부분 공실이 태반이고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저희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 도서 달랑 하나 읽고 상담사의 말만 듣고(물렸죠.) 지식산업센터에 전격 투자했어요.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실, 창고, 기숙사, 구분상가 정도로 구분해서 투자할 수 있는데, 그중에 저희는 제일 값이 저렴한 ‘지하층 창고’에 투자를 하게 됐습니다. 돈은 없는데 부동산은 갖고 싶었으니까요.


실수가 연달아 있었습니다. 책에서 봤을 때는 지식산업센터는 90% 정도는 웬만하면 대출이 나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받아보니 70% 만 대출이 나왔습니다. 책에서 '이자만 갚으면 돼요.'라는 말도 거짓이었고 심지어 은행에서는 이자와 함께 원금도 같이 갚는 조건으로 대출을 실행해야 했습니다. 계약은 이미 맺어졌는데 말입니다. 맞아요. 보기 좋게 당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해당 창고 매매를 위해 전체 투자 비용의 30% 정도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실행해 조금 삐걱거리는 새로운 3번째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됐습니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데도 몇 달의 기간이 소요됐습니다. 공실인 상태에서 원금은 원금대로 빠져나가고 관리비는 또 별도로 청구 됐습니다. 답답하시죠. 저도 답답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슬아슬하게 공실은 면하고 있고, 그나마 임차료 제때 주시는 임차인분 만나서 딱 손실만 안 보고 있는 정도입니다. 다양한 투자의 결과로 저희 부부는 3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이 세 놈 중에 예쁜 자식도 있고 못난 자식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 예뻐한 건 아닌데 조금 과한 욕심을 낸 자식은 성장이 더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00%를 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투자를 해야 그만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그럼 우리 같은 개인도 더 높은 성장을 위해 위험한 게임을 해야 할까요? 저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산 대비 100%가 넘는 부채를 안고 버틸 수 있는 멘털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요. 기업은 그들만의 게임 방식이 있습니다. 개인이 어쭙잖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마지막 3번째 투자를 통해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습니다. ‘투자는 무조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한다.’ 조금 속된 말로 표현하면 ‘감당할 수 있으면 투자고 감당 못 하면 투기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안전한 운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마지막 투자를 통해 저는 제 그릇의 크기 또한 알게 됐습니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투자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것을요.


제가 갖고 있는 그릇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밀려오는 물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깊게 생각해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투자였습니다. 꼭 된장인지 똥인지 찍어봐야 아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럼 우리가 가진 그릇의 크기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음. 본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본인 그릇의 크기는 본인 만이 알 수 있습니다. 만족하신다면 축하드리고, 부족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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