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부록(1)
‘배보다 배꼽이 크다’.
‘본말이 전도 되다’.
‘주객이 전도 되다’.
표현은 다르지만, 의미는 비슷합니다. 부수적인 게 주된 걸 압도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긍정보다는 부정의 뉘앙스가 강합니다.
느닷없습니다.
커피와 여행 이야기를 할 듯 써놓은 제목과 달리 배와 배꼽, 주객과 본말을 논하니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산에서 커피 컨셉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뒤통수를 후려치듯 떠오른 게 유럽의 커피였습니다. 커피하우스의 역사의 말하다 보니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프랑스 파리 이야기가 나오고 커피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니 건축가들은 오스트리아를 가보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커피 여행은 자연스럽게 유럽으로 연결됐습니다. 출발은 오스트리아 빈, 마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여행을 결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3년 초 준비하던 여행이 바로 오스트리아였으니까요. 다만 달라진 게 있습니다. 컨셉입니다. ‘황금색 클림트’에서 ‘황금빛 크레마가 있는 커피’로.
그렇게 시작점과 마침표를 지도에 찍으니 가야할 나라들이 속속 생겨났습니다. 먼저 폴란드였습니다. 커피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문득 올 초 폴란드에 살고 있는 분과 나누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입니다. 이 분은 폴란드에 오면 옛 수도였던 크라쿠프 중앙광장의 1360년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했습니다.
고려말 시대에 지어진 카페라니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더구나 오스트리아는 서유럽이지만 동유럽과 맞닿아 있어 폴란드와의 거리도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폴란드가 지도에 추가됐습니다.
크라쿠프 카페와 함께 또 하나의 솔깃한 제안도 떠올랐습니다. 폴란드와 이웃한 슬로바키아에 가면 도나우강을 따라 배를 타고 오스트리아에 갈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느새 슬로바키아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슬로바키아를 가기로 마음 먹으니, 기차로 고작 2시간 거리인 헝가리도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여행의 시작점은 오스트리아에서 폴란드로 바뀌었습니다. 일정도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이동해 오스트리아로 가는 걸로 변경됐습니다. 물론 마무리는 프랑스였고요.
지도에 가야할 나라들을 추가하다보니 눈 앞에 아른거리는 나라가 또 있습니다. 이탈리아입니다. 커피를 이야기한다면 이탈리아는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5년 전 들렀던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도 이번에 가면 남다를 듯 싶었습니다.
간 김에 밀라노도 들르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실패한 나라’를 이야기할 때면 늘 첫 손에 꼽히는 바로 그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스타벅스가 문을 연 리저브 매장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로 이동하는 사잇길엔 다소 낯선 나라 슬로베니아를 포함시켰습니다.
그렇게 방문지는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프랑스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주는 여유 덕에 가능한 계획이었습니다.
여유있는 일정과 늘어난 방문지만큼 가야할 카페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부산여행의 별책부록처럼 커피를 찾아 시작된 유럽 여행은 특별판이 됐습니다.
이제 그 특별판 속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배보다 큰 배꼽’, ‘본말과 주객이 전도된’ 여행에 긍정의 뉘앙스를 얹으면서.
**메인사진 출저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