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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크 Jan 10. 2024

‘특별한 종류의 기관’이 되다

커피부록(5)#오스트리아 ‘일부’ 카페 

 “세계의 어떤 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기관.”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극작가 전기작가인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묘사한 커피하우스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 그중 빈의 커피하우스는 독특하면서도 이야기가 풍부한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유네스코가 2011년 무형무화유산으로 선정한 이유다.


 아래는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독일어와 한국어 버전으로 설명한 오스트리아의 커피하우스 내용이다. 

 현재 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오스트리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20개 언어로 알려주고 있는데 언어에 따라 제공하는 내용이 다르다. 


 아마도 오스트리아는 한국의 커피 사랑을 알고 있었던 듯싶다. 한국어로 들어가면 다른 언어 버전과 달리 커피하우스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오스트리아에서도 비엔나(빈)의 커피하우스 정보를 공유한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한국어와 독일어 버전으로 소개한 커피하우스 정보. 출처 : 오스트리아 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오스트리아 공용어인 독일어 버전에선 커피하우스의 역사와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어와 한국어 버전으로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설명한 커피하우스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파란 병이 만든 커피하우스 문화”


 “블루보틀은 공간이 넉넉했고, 6개 초가 6개 촛대에 꽂힌 베네치아풍 샹들리에의 노란 불빛은 넓은 방을 비췄다. 흰색으로 칠해진 벽과 심플한 무대 앞에는 참나무 테이블이 있고 나무 벤치가 배치됐다. 카페 한가운데에는 손님들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옆방에서는 큰 불 위 구리 가마솥에서 커피를 볶고 끓였다. 카페는 빈 전역에서 빠르게 유명해졌다. 

쿨치츠키와 카페 풍경을 그린 유화 '"To the blue bottles”: old Viennese coffee house scene' 출처 : artnet

 손님들은 커피뿐 아니라 빈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쿨치츠키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선 뤼디거 슈타르행베르크(Rüdiger Starhemberg) 백작과 외젠 드 사부아카리냥 공자(Eugene of Savoy)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폴란드 언론 ‘지엔니크 발티츠키(Dziennik Bałtyck)’)


 오스트리아 빈에 쿨치츠키가 세운 커피하우스에 대한 폴란드 언론의 설명이다.


 그 설명대로 쿨치츠키는 카페를 만들 때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장소가 아닌 만남의 장소, 휴식을 취하고 대화를 나누며 생각과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쾌적한 분위기의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쿨치츠키의 소망이 담긴 생각은 그대로 구현됐고 300년 이상이 지는 지금도 오스트리아의 ‘일부’ 카페를 통해 커피는 물론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신문을 볼 수 있는 확장된 형태로 그 문화를 이어가게 됐다.



“우리 집 주소는 카페”


 오스트리아, 그중에서도 빈을 커피하우스의 도시로 만든 건 19세기다.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려고 커피하우스에 모인 게 아니었다. 부드러운 벨벳 덮개를 씌운 의자,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잡담하며 체스 당구 등의 게임을 하고 가끔씩 술을 마시며 달콤한 여유를 즐겼다.


 이런 분위기에 이끌려 찾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작가였다. 오스트리아 대표 작가인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itzle)나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등을 두고 당시 사람들은 ‘커피하우스 작가’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어떤 작가는 모든 집필을 커피하우스에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페 센트럴 입구 테이블엔 카페 단골인 작가 피터 알텐베르크의 피규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아예 커피하우스를 집이라 말하는 작가도 있었다. 

 

 초기 모더니즘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 피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는 자신의 명함에 집 주소 대신 카페 센트럴을 썼고, “내가 카페 센트럴에 없다면, 그 곳으로 가는 중”이라 말할 정도로 단골이었다. 


 카페에서 그는 글만 쓴 게 아니었다.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 그곳을 찾는 손님들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작가 알프레드 폴가(Alfred Polgar) 역시 “혼자 있고 싶지만 동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앉아 있었다”며 커피하우스를 예찬했다.

카페 프라우엔후버는 베토벤이 피아노 연주회를 갖고 커피를 마시는 장소였다.

 커피하우스를 찾은 사람은 또 있다.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커피하우스를 두 번째 거실로 사용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카페 돔바이어(OBERLAA-Dommayer)는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에게 콘서트 장소였고 그의 아들이자 우리에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친숙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초연한 곳이기도 했다.


 카페 프라우엔후버(Café Frauenhuber)는 베토벤이 피아노 연주회를 가진 장소였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오늘날에도 빈에는 오래된 커피하우스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다. 인테리어는 당시와 동일할 때가 많고 전 세계의 신문이 있으며 당구대가 있는 곳도 있다”며 “이는 빈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전역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빈을 포함한 오스트리아에서 커피하우스는 그렇게 삶의 방식이 됐다.


“경험의 비용 ‘커피 한 잔’”


 여기 이곳,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공간은 널찍하지만 친밀하며 대리석 테이블 주변의 벨벳을 씌운 좌석과 세공 마루 바닥 위의 고급스러운 전통 나무 의자,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대리석 테이블, 벨벳을 씌운 의자와 빛을 반사하는 거울로 내부를 채운 카페 자허.

 세월에 닳고 빛깔이 어두워져 이제는 진짜 작품이 된 가구로 꾸며진 이 공간은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현대의 분주한 일상에서 멀리 벗어난 시대에 와 있는 듯하다. 입장권은 수 세대 동안 그래 온 것처럼 커피 한 잔이면 된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알려준 오스트리아의 ‘일부’ 카페를 즐기는 방법이다. 응접실의 연장선인 동시에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엇을 주문하든 편안히 등을 기대고 앉아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무료로 제공하는 신문이나 가져온 책을 읽어도 되고,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시사 문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군주정치 시대에 만들어진 카드 게임용 탁자나 당구대에서 게임도 즐기는 커피하우스도 남아 있다.
 

 커피하우스의 또 다른 즐거움은 서비스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열거나 자정까지 영업하는 곳도 있다. 조식 특선은 물론 돈가스의 기원이 된 비너 슈니첼, 겨자를 넣은 소시지 등을 먹으며 신문을 읽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친근하며 정감을 느끼게 하는 웨이터의 매너도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의 매력이다. ‘헤어 오버'(Herr Ober)’라고 부르면 웨이터들은 농담과 함께 신속히 주문을 처리한다. 


 커피만 마시면 아쉬울 수도 있다. 케이크나 패스트리는 커피하우스의 또 다른 명물이다. 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들어진 수제 디저트들이다.

오스트리아 빈 뒷골목의 카페 앞에 마련된 샤니가르텐. 출처 : 픽사베이

여름에는 ‘샤니가르텐(Schanigärten)’이라 불리는 레스토랑 앞 테이블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다.


 식당이나 카페 앞 보도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를 뜻하는 Schanigärten은 오스트리아-바이에른어다. 과거 빈의 커피하우스만을 지칭하던 이 말은 이제 오스트리아 전 지역의 레스토랑 선술집 등 다른 유형의 시설에도 사용하고 있다. 


 과학 뉴스와 연구 자료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아카데믹 액셀러레이터’에 따르면 샤니가르텐이란 단어는 ‘지아니의 정원(Gianni’s Garden)’에서 유래했다. 1750년경 이탈리아 출신의 지아니 요콥(Gianni Yocob)은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을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이후 샤니가르텐은 일반 비어 가든(Gastgärten)과 달리 고객이 실제 공공장소에 앉는다는 점에서 행정 절차를 거쳐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매년 3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설치할 수 있고 도로교통법이나 무역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평방미터 당 소액의 수수료만 지방자치단체에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는 물론 커피하우스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제도다. 


#EP.


 앞서 언급한 듯 오스트리아 관광청 홈페이지는 독일어 버전과 한글 버전에서 커피하우스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주제는 같지만 내용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여러 언어로 홈페이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관광청 홈페이지 내용을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독일어 버전의 설명에선 오스트리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1700년 잘츠부르크에 세워진 카페 토마셀리라고 설명하는데 한국어 버전에선 1685년 비엔나에 오스트리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어 버전에 올라온 빈에서 가 볼만한 카페 리스트도 신중하게 참고해야 합니다. 리스트에 있는 카페 란트만과 카페 모차르트의 경우 같은 곳에서 운영해 장소만 다를 뿐 분위기나 메뉴의 구성이 유사합니다. 물론 카페 뮤지엄도 같은 곳에서 운영하지만, 여긴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공간 구성이 독특해 커피가 아니더라도 방문할 이유가 있습니다.


* 참고 문헌 : 폴란드 언론 ‘지엔니크 발티츠키, 오스트리아 관광청 홈페이지, 아카데믹 액셀러레이터

**메인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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