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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Dec 17. 2022

정신건강의학과,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없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장 죽을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했다. 더는 미룰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금 당장 내가 갈 수 있는 정신과 병원은 아무 곳도 없었다. 말문이 막히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만 같았다. 이렇게 나는 죽는 것인가. 한 차례 죽음 장면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아니었다.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없는 곳.

그곳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많은 병원이 사전 예약을 필요로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인다면 우선 예약부터 진행해라. 많이 놀랄 수 있겠지만, 한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더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하고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조건 집 근처로만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약을 처방해주는 곳이다. 하지만, 내담자와 진실된 마음의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곳. 무조건 증상만으로, 약 처방만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생각을 다시 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약 처방만을 위한 단 10분의 면담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진실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병원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과, 사전 예약이 필요 없는 곳이 있다.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추어 방문을 하면 좋겠지만 정확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마주침이 많이 불편하다면 예약을 미리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병원에서의 상담시간이다. 담당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인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시간은 병원을 잘 갔느냐, 잘 못 갔느냐를 판가름 지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사람이 많거나 평이 많은 곳만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좋은 병원을 추천한다면,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병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보통 10분의 상담시간이 병행된다. 초진시에는 면담의 시간이 조금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보통 10분의 면담 시간이 할애되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더라.


나는 심리상담소 선생님의 병원 추천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나는 매주 20~30분, 많게는 30~40분의 상담을 받으며 약을 처방받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 정신건강의학과도 상담이 함께 병행되는 곳이 있더라. 내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의 병원을 추천하고 싶다.


정신질환은 신체의 질병이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몸속에 호르몬 균형이 깨진 것이 어디 내 탓이던가.


여느 내과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 역시 생활습관 개선과 복약을 병행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생활습관만으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약에만 의존해서도 곤란하다. 상대적으로 다른 질병보다는 많은 부작용과 불편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래본다.

처음 정신과 약을 처방받았을 때의 그 기분을.

내가 정신질환자가 되었구나라는 상실감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훨씬 적어질 수 있기를.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병에 대한 잘못된 지식들이 빠르게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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