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죽을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했다. 더는 미룰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금 당장 내가 갈 수 있는 정신과 병원은 아무 곳도 없었다. 말문이 막히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만 같았다. 이렇게 나는 죽는 것인가. 한 차례 죽음 장면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아니었다.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없는 곳.
그곳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많은 병원이 사전 예약을 필요로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인다면 우선 예약부터 진행해라. 많이 놀랄 수 있겠지만, 한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더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하고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조건 집 근처로만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약을 처방해주는 곳이다. 하지만, 내담자와 진실된 마음의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곳. 무조건 증상만으로, 약 처방만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생각을 다시 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약 처방만을 위한 단 10분의 면담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진실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병원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과, 사전 예약이 필요 없는 곳이 있다.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추어 방문을 하면 좋겠지만 정확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마주침이 많이 불편하다면 예약을 미리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병원에서의 상담시간이다. 담당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인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시간은 병원을 잘 갔느냐, 잘 못 갔느냐를 판가름 지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사람이 많거나 평이 많은 곳만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좋은 병원을 추천한다면,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병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보통 10분의 상담시간이 병행된다. 초진시에는 면담의 시간이 조금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보통 10분의 면담 시간이 할애되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더라.
나는 심리상담소 선생님의 병원 추천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나는 매주 20~30분, 많게는 30~40분의 상담을 받으며 약을 처방받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 정신건강의학과도 상담이 함께 병행되는 곳이 있더라. 내 마음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의 병원을 추천하고 싶다.
정신질환은 신체의 질병이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
몸속에 호르몬 균형이 깨진 것이 어디 내 탓이던가.
여느 내과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 역시 생활습관 개선과 복약을 병행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생활습관만으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약에만 의존해서도 곤란하다. 상대적으로 다른 질병보다는 많은 부작용과 불편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래본다.
처음 정신과 약을 처방받았을 때의 그 기분을.
내가 정신질환자가 되었구나라는 상실감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훨씬 적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