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투명하고 긴
유리잔 안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아서
나는 다만,
매끄러운 표면에 묻은 물방울의 표정을 하고
둥글게 굴절된 내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지.
침묵에는 일정량의 습기가 포함되어 있고
고요히 고여서 언 손을 녹이며
증발의 시간을 기다리고 싶었다.
세상은 뜻 없이 나를 만들었기에
곁에 묻혀 두고만 있었고
입구 대신 유리벽만 허락해서
바깥에 있는 내 몸은, 쉽게
글썽거리면서 흘러내렸다.
대기는 더없이 뜨겁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세상은
한없이 차가워서
아무도 부르지 않는
검고 아득한 어둠을 향해
수어로 하는 귓속말을 투명하게 들려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