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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준 Mar 23. 2023

내가 묻은 세계

세상은 투명하고 긴 

유리잔 안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아서 

나는 다만,

매끄러운 표면에 묻은 물방울의 표정을 하고 

둥글게 굴절된 내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지.      

침묵에는 일정량의 습기가 포함되어 있고

고요히 고여서 언 손을 녹이며

증발의 시간을 기다리고 싶었다.     

세상은 뜻 없이 나를 만들었기에

곁에 묻혀 두고만 있었고 

입구 대신 유리벽만 허락해서 

바깥에 있는 내 몸은, 쉽게

글썽거리면서 흘러내렸다.     

대기는 더없이 뜨겁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세상은 

한없이 차가워서

아무도 부르지 않는

검고 아득한 어둠을 향해

수어로 하는 귓속말을 투명하게 들려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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