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족의 다른 갈래 고롱이
멍!
와우 이프니 너 정말 대단하다.
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낮엔 하루 종일 쿨쿨 잠만 자냐?
도대체 밤엔 뭘 하는 거야?
야옹!
미야우 끼끼끼
난 그런 DNA를 가지고 태어났어.
난 내 할 일을 다 하면 다른 것은 신경 안 써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이 적당하게 개체수가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거 랄까.
그런 게 내겐 중요해.
또 나도 내 위의 컨트롤러들에게 종족 번식을 관여받고 있기도 하고...
멍!
그럼 넌 니 할 일을 다해서 표정이 없는 거야?
항상 좀 까칠한 거 같아.
야옹!
맞아.
우린 자연에서 혼자서도 잘 살아.
집안에서 사육되면 본능을 상실해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기도 해.
요즘은 쥐를 모르는 우리 종족들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깜놀 했잖아.
그 존재는 몇 대 조상 대대로 쥐를 보지 못했으니, 뇌 속에서 유전 물질 전달 체계가 달라진 거 같아.
그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아마도 다른 종족으로 나누어질 거야.
쥐를 잘 잡는 종족과 쥐와 관계없는 종족으로...
쥐를 잘 잡으면 좋고, 못 잡으면 안 좋고 하는 것은 아니야.
그냥 환경에 따른 뇌 사고의 변화가 유지되어 서로 다른 정신세계가 창조되는 거야.
결국은 정신은 몸의 형태도 변화 시킬 거야.
멍멍!
오! 너네 야옹 종족이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진화하겠네.
야옹!
그렇지.
쥐를 잊은 존재는 발톱과 어둠에서 보는 시각, 청각 등이 덜 예민해 질거야.
대신 냄새와 도시의 구조, 난방장치 같은걸 잘 알게되겠지.
이건 몇백 년이 지나가서는 잘 모르고, 3천 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종이 될 거야.
거의 새로운 동물이 되겠지.
그때도 두발족들이 존재한다면, 우리 종족에서 분화해서 쥐와 무관하게 생존해온 족속들을 고롱이라고 할 거야.
하하!
고롱이?
신기하다. 고롱이 보고 싶다.
그런데 우린 수명이 짧아서 그런 것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쉽긴 하다.
야옹!
당근이지.
그건 개별 존재의 문제가 아니야.
두발 종족이 멸종되지 않으면 수천 년 뒤에도 다른 눈을 통해서 보게 되는 거야.
멍멍!
야 네가 까칠하고, 니 할 일만 다하고 주변 존재들이 뭐라 하든 말든 넌 니 길을 가는 거와 고롱이가 무슨 상관이야?
야옹!
우리 몸이 유연하게 진화하였듯이 정신도 진화하는 거야.
나의 까칠함, 쥐잡이 놀이, 밤에 주변 생명체 관리, 낮엔 하루 종일 자기 등등 이런 것들을 내가 열심히 지속해야 된다니까.
다시 말해서 나의 유연성만 후대에게 전달이 되는 게 아니야.
쥐잡이 기술, 까칠함, 순발력, 유연성, 밤에 잘 다니는 특성 같은 것들도 내가 물려줄 유산이라는 거야.
이런 게 중요한 거야.
하하!
아 부전자전이라는 거구나.
부모의 습관이나, 성질 등도 자녀들이 닮아 가잖아.
야옹!
맞아.
소프트웨어의 계승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사라지지 않을 거야.
시간대가 다를 뿐이지, 나와 관련된 생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야.
멍멍!
아 그래서 요즘 하하가 꿩을 안 잡는데.
꿩이 불쌍하다고 하더라고.
맛난데 쩝쩝...
하하!
살아있는 생명체를 내가 먹으려고 죽일 필요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꿩이 암수가 같이 다니는데, 차마 활을 쏠 수가 없더라.
바닷속에서도 한쌍의 물고기가 놀 때는 작살을 겨눌 수가 없었어.
야옹!
그게 바로 진화야.
다른 생명체까지도 배려해 주는 거지.
많은 두발족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후손들에게도 이런 사상이 전달이 되는 거야.
멍멍!
와 그럼 두발족들도 곧 우주 종족을 만날 수 있겠다.
우리만 만나서 좀 거시기 하긴 했는데...
야옹!
미야우 끼끼끼.
그건 좀 더 있어야 해.
요즘 하는 행태를 보면 천년이 열 번을 지나야 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하하!
아무튼 나와 관계된 다른 눈을 통해서 보면 되겠지...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은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냐.
멍멍!
아구구 캬캬캬
야옹!
미야우 끼끼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