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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Aug 13. 2022

묘한사랑

먹는거와 사랑

야옹!

하하야 지난번 내가 잡아다 준 쥐 다 먹었어?


멍멍!

야 너나 쥐를 좋아하지, 하하는 그런 거 안 먹더라고.

아마 저 풀 속으로 던졌을 거야.


하하!

이프니가 제일 맛있어하는 걸 줬는데, 내가 안 먹고 버려서 미안하다.

우린 서로 달라서 먹는 종류와 문화가 좀 다르잖아.

이제 그런 거 안 줘도 되니까 그냥 니들끼리 먹어도 돼.


야옹!

미야우 끼끼끼

그 맛난걸 안 먹다니.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를 못 하겠네.


멍멍!

하하가 좋아하는 막걸리는 네가 안 마시니까 이해 가고 , 네가 제일 좋아하는 쥐를 하하가 안 먹으니까 이해를 못 하는 거잖아.


야옹!

그니까 말이야.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는 알겠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안 먹다니...


멍멍!

소와 사자는 또 뭐야?


야옹!

이런 이야기 있잖아.

소랑 사자랑 사랑에 빠져서 서로 초대해서, 소는 풀을 준비해놓고, 사자는 고기를 준비하잖아.

서로 자기가 즐겨 먹는 걸 주니까...


하하!

그럼 상대방을 배려하면  소는 고기를 준비하고, 사자는 풀을 준비하고 해야겠네.

어렵겠다.


멍멍!

그래서 사랑은 복잡한 건가 봐.

그냥 내가 먹는 거 같이 먹으면 편할 건데...


야옹!

사랑이 간단하면 사랑이 아니지.

사랑은 아주 묘한 거야.

복잡한 거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묘한 거에 속하는 거라고.

그래서 소는 소랑 사랑하고, 사자는 사자랑 사랑하잖아.


멍멍!

그럼 소와 사자의 사랑은 말도 안 되는 거잖아.


하하!

그건 비유하는 거겠지.

멍멍족끼리 사랑하는데 한쪽은 소 같고, 다른 한쪽은 사자 같은 경우랄까.

양양족이나 두발족이나 다 같은 동족 하고 사랑을 하잖아.

생긴 모습만 같은 족속이지 내부의 정신세계는 다 다르니까, 소와 사자라고 한걸 꺼야.


멍멍!

그럼 소랑 사자는 결국 어떻게 될까?


야옹!

소가 고기를 먹고, 사자도 풀을 먹어야 하지 않겠어?


멍멍!

야 애초에 태어나기를 소는 초식, 사자는 육식으로 태어났는데 그게 가능해?


야옹!

사랑은 뭐라고 했어?

묘한 거라고 했잖아.

서로 사랑하면 먹을 수 있을 거야.


하하!

고기 먹는 소, 풀 먹는 사자를 상상하니 웃기다.


멍멍!

나처럼 고기도 먹고 풀도 먹고 하면 소나 사자나 가리지 않고 살 수 있겠다.


야옹!

그걸 금상첨화라고 하는 거야.

온니는 개같이 먹으니까 아주 좋은 식성이야.

전혀 까다롭지 않으니 복을 타고난 거야.


멍멍!

아구 구 캬캬캬

내가 소랑살면 소가 풀만 먹도록 해 줘야 하고, 사자랑 살면 고기만 줘야 하겠네.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내가 하하랑 사는 거야, 나랑 식성이 비슷하거든.

하하가 안 먹는 거는 딱 두 가지 라잖아.


야옹!

미야 우 끼끼끼

안 줘서 못 먹고, 없어서 못 먹는 거


하하!

그렇긴 한데...

습관적인 부분이 크더라고.

캄보디아 가보니 바퀴벌레 같은 곤충들도 볶아서 먹더라고.

두발족은 어디서 자라는가, 누구랑 지내는가에 따라 식성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내가 자란 문화에 익숙해지는 거지.

익숙함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해, 나의 패러다임이 나를 그렇게만 행동하도록 하거든.

감옥을 부수고 자유를 찾으려면 나를 버려야 해.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으면 그만큼 속박이 많아지잖아.

먹는 거, 자는 거, 입는 거가 까다로워지는 거지.

나를 버리고 자유를 찾으면 아무거나 먹고, 아무데서나 자고, 아무거나 입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잖아.


멍멍!

딱 나네.

개같이 먹고, 개같이 자고, 옷 한 벌로 사계절을 다 지낼 수 있으니.


야옹!

총총 온니는 개같이 먹는 게 아니라 바로 개야.


멍멍!

아 맞다.

난 진화된 개야.

진화될수록 단순해지잖아.

내속에 내가 너무 많으면 복잡해서 가려야 할게 많아지고, 까다로운 개가 되겠지.

딱 하나의 나만 있으면 단순하고, 나도 없으면 해탈한 개가 되겠지.


야옹!

미야우 끼끼끼

온니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하하!

해탈 까지 나왔으니, 이미 발 담근 거 같은데.


멍멍!

아구구 캬캬캬

하하야 간식이나 줘라.


야옹!

온니는 간식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 놓았구먼.


멍멍!

야 내가 어떻게 완벽한 개가 될 수 있겠냐?

난 그냥 개다운 개면 그걸로 만족해.


하하!

오늘 총총이한테 많이 배웠다.

총총 사부님

나도 내가 너무 많아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

지구별 여행에서 선택 없이 그냥 사는 거도 재미날 거 같아.

사자랑 만나면 사자가 좋아하는 거 먹고, 소랑 만나면 소가 좋아하는 거 먹어야겠어.

나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을 거 같아.


야옹!

옴마야, 하하가 우리랑 살더니 진화하는 거 같아.


멍멍!

아구구 캬캬캬.

이프니 똥꼬 보니 알 거 같다.

지금 뭘 먹던지 그건 내일은 똥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뭘 먹는 것보다 어떻게 먹는가이다.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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