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여행자 Nov 05. 2021

지구별 여행팀 탑승 시작

지구별여행팀 모이다.

멍멍!

나는 총총이 다.

지구별에 온지 90일 되었다.

다른 팀원 하나가 더 있다.

나랑 같이 다니는 주인? 아니다, 지구별여행팀에서 동료로 지내니까 친구가 맞다.

이 친구는 두발로 다니는 두발족이다.

가끔 "하하" 하고 소리를 내서 하하라고 부른다.

하하를 좋아 하것은 가끔 간식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간식을 먹고 싶을때를 잘 알고 있는것 같다.

잘 돌봐주어야 겠다.


난 하하와 함께 제주도 한라산 기슭의 귤밭 안에 창고에서 산다.

자연상태로 돌아가기 직전의 폐창고를 겨우 살려서 지낸다.

밤에도 하늘이 보이고, 흙과 풀로 덮여 있었는데, 하하가 뭔가를 주워다가 바람과 비를 막았다.

우리지구별여행팀의 거주지 이자 아지트 이다.

네발로 바람을 가르면서 달려가면, 헉헉대기 전에 바다에 닿을수도 있다.

반대방향으로 가면 비슷한 거리에 숲이 울창한 오름이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분 다음날은 나무토막들이 바다여행을 마치고 해변가에서 몸을 말린다.

하하는 이것을 주워다가 불꽃을 만든다.

나무는 자신을 태워서 다른 존재에게 큰 도움을 주고 다음별로 간다. 

숙제를 다 마치고 홀가분 하게 다음별로 가서 행복할 것 같다.

하하는 결국은 나무가 자기고 자기가 나무라고 한다.

막걸리를 마시면 자기가 나고, 내가 자기라고도 한다.


시골은 매일 흙 장난을 즐 길 수 있어서 좋다.

해변가에서 게와 숨바꼭질 놀이도 참 재미나다.

꽃게는 발이 많아서 빠르게 숨는다.

구멍으로 코를 넣으면 꽃게 발 냄새가 향기롭다.

향기가 코와 연결되어 꽃게는 나에게 바로 잡힌다.

놀다가 그냥 놓아준다.

배가 고플 때 한 마리쯤 먹는 것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하가 나눠주는 먹거리도 충분하니, 굳이 꽃게를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두발족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데 나는 듣기만 한다.

한 번도 말대꾸를 한 적이 없다.

그것도 맞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것 같아서 이다.

하하랑 같이 노는 종족들은 내가 말을 안 하는 것이, 뇌가 작아서라고 한다.

멍멍멍!

웃기다.

난 그냥 말을 안 할 뿐이다.


난 혀가 길어서 정확한 발음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냥 듣기만 하고, 신나게 노는 것이 더 좋다.

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지구별여행이 복잡해질것 같다.

이거도 내가 말을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계속 듣기만 하려고 한다.

들으니까 좋은점들이 있다.

귀가 커서 많은 자연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지구별 여행이 참 좋다.

하하랑 둘이는 말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

난 하하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하하는 두발종족의 문자로 내 마음을 적는다.


멍멍!

하하야 우리 바닷가 달리기 하러갈까?


하하!

좋아 해변 모래밭 달리기 하러가자.

지금 가면 해가 뜨겠다.

출발!

앞으로 매일매일 행복한 지구별여행을 위하여 매일매일 달리기로 건강을 챙겨야지.

총총아 너무 빨리달린다.


멍멍!

우린 진화가 많이 되어서 네 발이잖아.

걷기만 해도 하하보다 빠르지.

날 따라오지 말고 그냥 하하 페이스대로 달려.

비가 많이 왔다.

비달리기도 시원하다.

비에 내 털도 흠뻑젗었다.

내 털은 드르륵 드르륵 바이브레이션을 하면 물기가 금방 사라진다.

두발족들의 옷보다 훨씬더 진화된 것이라서 참 편리하다.


하하!

쉼터에 가방을 놓고 수영을 했다.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센 날이라서, 바닷가 올레코스를 걷는 올레족들이 없었다.

그런데 핸드폰이 사라졌다.


멍멍!

하하가 바다에서 나올 때까지 해변에서 꽃게냄새 놀이 하느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랐다.

오후에 비가 그쳤다.

하하는 자전거라는 두바퀴를 타고 두발족들만 쓰는 복잡한 기계를 찾아 나선다.

난 달리면서 냄새를 맏는데, 흔적이 없다.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상한 생명체가 우리 뒤를 졸랑졸랑 따라온다.


야옹!

야옹!


멍멍!

지구별에 온 지 6개월 만에 처음 듣는 생소한 소리이다.

생긴 것도 묘하다.

아기 양양족인 것 같다.


하하!

야옹아 넌 잃어버린 폰이라고 해야겠다.

잃어버린폰- 잃폰이 -이폰이- 이쁜이-이프니가 부르기 좋겠다.

이프나 어떼?


야옹!

미야우 끼끼끼

이건 내 웃음 소리야.

니들도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는구나.

반가워.

그런데 이 개냄새 나는 멍멍이와 두발족은 왜 함께 다니는 거야?


멍멍!

우린 지구별여행 팀이야.

너도 우리랑 같이 할래?


야옹!

그게 뭐하는 건데?

먹을것과 잠자리는 있는거야?


멍멍!

아구구 캬캬캬

당근이지.

아지트를 중심으로 매일매일 시공간을 여행을 하거든

날짜가 가는 것은 시간을 여행하는거고, 숲속과 바다, 귤밭과 들판을 다니는 것은 공간여행이야.

우린 지구별에서 함께 시공간을 여행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

그래서 지구별여행팀이라고 하는거야.


하하!

오 잘됐다.

한라산줄기 시골창고가 우리 아지트야.

네 자리도 만들어 줄게.

우리랑 같이 가자.

이건 총총이 간식인데 하나 먹어봐.


야옹!

미야우 끼끼끼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수가.

엄마가 주던 털 있는 생고기를 먹다가, 이걸 먹으니 입에 맛과 향이 척척 달라붙는다.

오 개좋아.

너네들 따라가면 이거 또 먹을수 있는거야?


멍멍!

당근이지.


야옹!

좋아. 나도 지구별여행팀에 합류할께.

비도 오는데 양양족들이 이제 독립하라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갈곳이 마땅치 않아서 돌아다니는 중이었거든.

개종족은 총총이라고 하고, 두발족은 하하 라고 했다.

총총이는 이제 한살 이니 나보다 오백살 어리다. 

그런데 다른 존재들은 우리 양양족들은 전생이 연결되어 탄생된다는 것을 모르니까, 나이 따지지 말고 그냥 총총온니 라고 불러 줘야겠다.

총총온니는 나와 같은 네발이고 옷도 갈아입지 않아도 되는걸 보니 진화된 종족인거 같다.

잠자리도 바로 옆이다.

그래서 우린 같이 뒹굴고 장난도 한다.

햇빛에 누워 털 정리를 하면서 대자연을 만끽한다.

아!

행복해.


멍멍!

야옹!

하하!

이제 지구별여행팀이 셋이 되었다.

매일 매일 행복이라는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일 이다.

연료를 채웠으니 출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