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여행자 Feb 18. 2022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 댕댕이와 양양 이의 소확행 75- 맛 바보

야옹!

총총 온니 뭘 그렇게 맛나게 먹어


멍!

이거?

내가 여름에 땅에 묻어 놓은 왕 뼈다귀야


야옹!

왜 바로 안 먹고 땅에 묻어 놨다가 이제야 먹어


멍!

바로 먹으면 맛이 없어

여러 가지 양념들이 듬뿍 배어있어서...


야옹!

양념이 듬뿍 있으면 맛이 웁다고?


멍!

그래. 뼈다귀 본래 맛이 감춰져서 제맛이 안나

난 귀, 코, 혀가 발달되어 있잖아

그래서 작은 냄새, 향기... 이런 거에 개 민감해

너도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잖아

흙에 묻어 놓으면 다른 냄새들이 다 사라지고, 본래의 맛만 남거든


야옹!

그렇긴 하지.

내가 잡아서 바로 먹는 게 싱싱하고 제맛이 나

보스가 주는 것은 기본 양식이니 그냥 배고플 때만 먹는 거지


멍!

맞아. 우린 땅에서 사니까 자연음식이 더 당기는 거 같아

두발족들이 주는 거 먹으면 혀가 요동칠 때도 있어

어떤 양념인지 구별이 안 되는 거야.

자연에서 만들어진 식량이 여러 번 변화를 거쳐서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변신하는 거 같아.


야옹!

그런 거만 계속 먹으면 맛 바보가 될 거 같아.


멍!

맛 바보 라니?


야옹!

자연 그대로의 맛, 먹거리에 있었던 원래의 맛을 모르고 조미료가 덕지덕지 발라진 맛만 맛나다고 하는 거 말이야.

혀가 맛의 본질을 잊고, 조작된 맛에만 끌려다니는 거지.

그맛에 길들여 지면, 자연의 맛을 잊은 혀가 되는거야.


하하하

두발족들은 여러 가지 만든 맛을 즐기는 거야.

사실 자연스러운 맛은 아니긴 해.

이프니 말처럼 나도 맛 바보가 되는 거 같아.

점점 자연맛을 멀리하게 돼

인공맛이 혀를 휘감아서 돌리면, 그 맛에 중독되는 거 같아.


멍!

이전에 보스는 다 구워서만 먹었잖아

무도 궈먹고, 귤도 궈먹고, 고등어도 궈 먹고, 닭도 궈 먹고...


맞아.

뭐든 굽기만 하면 다 맛나게 먹었는데...


야옹!

보스 정신 차려.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거 다 먹으니까, 양념된 것을 더 맛나게 먹게 되잖아.


하하하

양념된 거 먹는 게 꼭 나쁘진 않아.

그거 만드느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것을 내가 원하지 않는 거야.

고등어를 그냥 궈먹으면 되는데, 많은 양념을 넣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먹으면 그게 아까운 거지.

그래서 배고플 때만 먹었는데...

이제는 배가 안고플 때도 먹더라고

이프니 말이 맞다. 깨어 있어야지.


멍!

깨어있지 않고 잠잤나?


아니. 그게 아니고...

의식을 해야 내가 원하는 생활이 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미료 생활을 하는 거 같아.

편한 쪽으로만 중독이 되는 거지.


야옹!

그래서 지구별 여행에서는 가끔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아.


멍!

이프니는 생각하는 고양이야.

대단해.


하하하

너도 생각하는 개잖아


멍! 야옹!

놀자.

         

작가의 이전글 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