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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뛰르 Oct 20. 2024

이상한 마사지 숍

─ by Ms. Go




  “예약하셨나요? 네네, 아홉 시. 1번 룸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카운터 접수 직원 가면을 벗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전문 마사지사 가면을 새로 쓰겠지. 혼자 놀기의 달인이야, 미스터 초이는.     


  “안녕하세요, 사모님? 또 오셨네요. 제 손맛으로 일주일을 버틴다고요?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네? 어깨가? 결리다고요? 알겠습니다. 시원하게 풀어드릴게요.”     


  내키는 바닥이나 소파에 엎드리면 그곳이 1번 룸이고, 가끔은 7번 룸도 되는 이상한 마사지 숍이야. 마사지는 장갑을 착용하고 시작해. 손바닥에 달린 수많은 돌기가 전신을 훑고 지나가지. 머리부터 꼬리까지 쓸어내리면 혈관 속에서 고속도로가 뚫리는 기분이야. 손바닥 압력의 강약 조절에 따라 뼈 마디마디가 느슨해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무방비 상태에 이르지. 졸음은 매복한 게릴라야.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습을 노려. 수면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할 때마다 열 손가락 끝이 동시에 지압하여 게릴라를 단숨에 진압하고 말지.     


  “엉덩이 근육에 힘이 풀렸다고 방귀 뽕뽕 뀌면 안 됩니다.”     


  어머머, 얘 좀 보게. 내가 언제 방귀 뀐 적 있었다고? 농담이라도 그렇지, 듣는 숙녀 무안하게 말이야. 아무래도 오늘 팁은 날아간 것 같네.     


  장에 가스가 발생하면 항문으로 배출해야지, 별수 있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렇다고 개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배출하면 곤란해. 걔네는 눈치 보지 않고 식탁 아래에서도 뿡뿡 뀐다며? 우리를 개와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려는 시선을 걷어주길 바랄게. 고양이는 방귀를 뀌지 않는단다. 일생에 한두 번쯤은 뀔지도 모르니 ‘거의’라는 부사를 삽입해야겠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야. 개는 잡식성이지? 사람도 그렇고. 그래서 사람이 먹는 것은 다 먹으려고 들이대잖아. 고양이는 육식을 철칙으로 삼는 동물이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채소를 섭취하지 않아. 가스가 채소에서 유발되는 거, 알고 있지? 방귀를 안 뀐다기보다는 못 뀐다고 해야겠다.     


  놀라운 사실 하나 더. 고양잇과 동물의 주둥이는 비슷하게 생겼대. 학자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왜냐하면 이빨의 용도가 다르지 않으니까. 사냥감을 도살하기 위한 목적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하다 보니 구강구조가 유사해진 거야. 이와 반대로 어금니는 겨우 유지할 정도로 작대. 식물을 빻아댈 일이 없으니까.     


  유머도 유식해야 먹힐 수 있어. 단순히 재밌으라고 던진 말은 메아리가 되지 못해. 말도 안 되는 말은 집어치우고, 어깨 좀 어떻게 해 봐.     


  “목도 그렇고 어깨도 많이 뭉쳤네요. 이렇게 주무르다 떼면, 어때요? 혈류가 몰라보게 빨라지지요?     


  그래, 거기. 옳지, 시원타! 엄지와 검지가 닿는 곳마다 감탄사가 대기하고 있네. 사람 나이로 마흔을 넘기고부터 쑤시는 곳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의 이치인가. 미스터 초이, 팁이 날아갔다 되돌아오고 있어. 좀 더 힘내. 아이고, 좋다!     


  뭐야, 벌써 끝났어? 맨손으로 전신을 쓸어주다가 꼬리를 살짝 잡아당기면 마사지가 끝났다는 신호야. 뭉그적거리면 엉덩이를 부드럽게 쳐서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이제 계산서의 내용을 불러줄 차례.     


  “항상 우리 숍을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래티넘 회원 할인가 적용하여 여행 일수 8시간입니다. 팁으로 4시간 추가했고요. 여기 계산서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여행을 길게 잡으려는 수작이군, 그래. 2시간을 넣어도 과할 판에 4시간? 얼렁뚱땅 넘어갈 줄 알고? 오른쪽 앞발을 잡아당기려고 해서 버텼지. 물론 네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눈빛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고.     


  “이런, 오기가 있었네요. 팁은 4시간이 아니라 2시간. 총 10시간 결제 부탁드립니다.”     


  저렇게 상냥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이쯤에서 발도장 찍어줘야지. 가만있자, 누적된 여행 일수가 벌써 15일을 넘겼네. 이 추세라면 올겨울에 20일 여행도 가능하겠어. 그래, 갔다 와라. 나이 드니까 가끔은 혼자 지내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이젠. 조만간 대모님이 내 이름을 부르면서 문을 열겠구나. 그러고 보니, 아직 대모님 손에는 혀맛사지를 해준 적 없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인데, 이번엔 신경 좀 써야겠어.     


  한방 수지침에서는 손바닥에 우리 몸이 다 있다고 하잖아. 중지 끝은 머리, 그 반대편은 생식기, 이런 식으로 말이야. 너무 커다란 미스터 초이의 몸을 마사지하려면 하루도 모자랄 거야. 녹초가 되어서 적어도 사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게 뻔해. 그래서 수시로 그의 손바닥을 수시로 마사지해 주는 거야. 혀의 수많은 돌기로 구석구석, 온몸이 시원해지도록. 손바닥 전체를 핥아주어 전신 마사지 효과를 노리는 거지. 어때, 머리가 개운해졌지? 팔다리도 가벼워졌지? 기분까지 상쾌해졌다고? 다 내 덕분이야.     


  고양이 엄마가 새끼를 정성껏 혀로 마사지해 주는 장면을 떠올려 봐. 졸음에 겨워 눈을 뜨지 못하는 와중에도 엄마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꿈결에 스며드는 숨결에 온전히 자신의 전부를 내어 맡기는 시간.     


  쑥쑥 자라라고 아기를 마사지해 주는 사람 엄마나 고양이 엄마나 제 자식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겠지. 그 포근했던 기억을 고양이는 유대 경험으로 확대해 나간대. 고양이끼리도 서로 마사지를 주고받으며 친근함을 표현하는 거지. 서로의 털을 핥아대는 만큼 다툼이나 충돌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사람 사회나 고양이 사회나 크게 다르지 않아.     


  특이한 점은 서열이 높은 고양이가 낮은 고양이에게 더 자주 마사지를 해준대. 그 반대인 줄 알았지? 사람 사회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자 배워야 할 점이라고? 내 어깨가 좀 올라가도 이해해 주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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