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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낙하 속도로 감상하다, 한재민 & 말로페예프 듀오

<한재민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듀오 리사이틀 >

by 아르뛰르




‘위대한 탱고’였다.

한재민과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듀오 리사이틀 앙코르는.

탱고의 다름 이름이 아스토르 피아졸라라고 말하는 선율.

그것에 밀리고 밀려 낙하하는 돌멩이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맞닥뜨린 의문 하나, 분명 반도네온 연주자가 보이지 않는데

자꾸만 반도네온의 공기층을 가르는 소리가 비집고 들어서고 있었다.

첼로 현이 거칠게 미끄러질 때마다 슬며시 새어 나오도록

주문을 걸어놓았을까. 탱고 음악의 특유한 처연함을 자아내는

악기와 평생 호흡했던 작곡가였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지.


찰현(擦絃)과 타현(打絃)의 사이를 낙하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카 지구를 거니는 듯했다. 백수십 년 전

부둣가에 도착한 이민자처럼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유럽계 이민자와 원주민 문화뿐만 아니라

쿠바의 하바네라, 노예로부터 유입된 아프리카 민속춤 등이

뒤섞여 발생한 탱고, 낮과 밤을 뒤바꿔 보카 거리 공연을 상상케 했다.


5월 29일 서울, 30일 대전, 31일 통영에 이어

6월 1일 부천아트센터 무대에서 함께 선 두 음악가.

피아노 의자 뒤쪽 앞에 자리한 첼리스트는 수시로

피아니스트 어깨너머를 응시하고, 피아니스트 역시

수시로 고개를 돌려 첼리스트의 템포에 눈을 맞췄다.

시선의 대화는 각자의 시공간을 겹치게 했다.

한재민의 빨간 양말과 말로페예프의 금발이 뒤섞였다.

커튼콜에서 보여준 어깨동무도 어쩌면 연주의 일부.


프로그램의 구성한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를 비롯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버전)’,

글라주노프의 ‘음유시인의 노래’,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를 앞서 선사하였으나

당분간은 ‘위대한 탱고’에 빠지기로 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되어

뒤늦게 발견한 음악의 놀라움 속에서 낙하하기로…….




- 피아졸라는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위대한 탱고’를 헌정했다.

- 한재민은 종이 악보를, 말로페예프는 태블릿을 보면대에 거치했다. 페이지터너가 적절한 틈에 터치하는 광경이 다소 생경하기도.


한재민알렉산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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