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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Jul 05. 2024

엄마는 죽고 싶다

가끔 나도 그렇다

엄마 무슨 생각해?


가끔 묻고 싶게 만드는 엄마의 표정이 있다. 물어도 당연히 대답은 없고.


엄마가 인지능력이 전혀 없는 건지, 인지능력은 있지만 실어증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건지 정확하게 잘 모른다. 엄마의 인지능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엄마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안다. 엄마는 죽고 싶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조금의 민폐를 주지 않고, 조금의 신경 쓰게 않게 하려고 엄마는 매우 특별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다. 아파도 우리 남매에게 알리지 않았고, 서울로 치료하러 와서도 둘이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내려갔다.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겨도 둘이 조용히 수습하고, 사태가 완전히 종료된 후에야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주곤 했다.  


지금 엄마의 병의 발단이  사건, 지난가을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도 우리 남매는 전혀 몰랐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실려가고 일주일 동안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때도 우리는 전혀 몰랐다. 그때도 나는 엄마에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했었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도 나는 전혀 눈치를  챘다. 엄마의 연기력은 완벽했다. 아빠와 함께 완전 범죄를 감행했다. 다행히 조금의 출혈은 자연 흡수되었고, 이렇다  골절이 없어서 엄마는 추석 직전에 퇴원했다.  사실을 명절에 집에 와서야 알았다.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둘이 부부사기단 같은  하던지 연기를 했어야 한다고 놀려대기도 했다. 추석날 안동에 놀러 갔을  엄마가 걷는  힘들어하는 데도, 엄마와 목욕탕에 갔을  온몸에 멍이 남아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시 점점  좋아지고 있을 때도 엄마는 극강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최고의 연기력으로 자신의 나빠진 상태를 추고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버티고 견뎌서 이겨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가까이 살던 큰엄마가 이상함을 느끼고 사촌오빠에게 전해졌고, 오빠가 나에게 연락하면서 그제야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된다. 엄마의 인생엄마 생각대로 흘러가지 았다. 엄마의 부단한 노력은 보란 듯이 엄마를 배신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1시간씩 걸었고, 1 해로움도 없어 보이는 맑고 가벼운 채소 중심 식단을 고집했고, 치매가 올까  시를 외우고  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모두 외워서 사용했다. 하지만 낙상으로 뇌출혈, 수두증, 혈관성 치매가 왔고 모든 것이 차례로 무너지고 사라졌다.


엄마는 죽고 싶을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수가 없고, 삶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누군가에 완전히 의존하여 겨우 숨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비참할 것이다. 특히 나한테 미안해서 죽고 싶을 것이다. 손에   방울  묻히고 애지중지 키운 딸이 매일 서툰 칼질에 손은 상처 투성이고, 삼시세끼 따신  해서 떠먹이느라 자기 끼니는 대충 때울 때가 많고, 똥오줌을  받아내고, 평소 청결했던 엄마처럼 유지시키기 위해 매일 구석구석 씻기고 따뜻한 물로 마사지하고 굳어가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입히느라 손목이 나가고, 누워있지만 말고 조금이라도  있게 일으켜 세우고, 화장실에 데려가다가  처진 엄마 무게를 감당하려다가  결리고, 손목 인대 늘어나고, 발목 욱신거리고, 악몽으로  설치고, 무엇보다 남편, 딸과 떨어져,  좋아하는 야구장에도  가고, 여행도  가고, 엄마 옆에  붙어서 고생하고 있는  보면 엄마는 정말 죽고 싶을 것이다.


가끔 나도 그런 마음이 든다. 엄마라는 사람의 무게, 엄마에 대한 책임감은 생각보다 너무 무겁고, 엄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생각보다 너무 가볍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음이 찾아오면 편히 보내드리고 싶다. 내가 엄마 간병을 하는 이유는 단지 엄마의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끝이 없을  같지만 끝이 있는 것이 확실한 우리의 시간, 그것이 좋기만 할리가 없지만  괴롭기만  것도 아닌 우리의 시간, 그리고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엄마도 죽고 싶고, 나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지만, 죽음은 굳이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일은 남은 시간을 후회없이, 오늘 당장 엄마가 죽어도 후회없게 보내는 것이다. 어렵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이왕이면 맛있게. 그러니까 엄마, 밥부터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잖아. 오늘 저녁은 아빠가 농사지은 아욱으로 끓인 된장국에, 사촌오빠가 가져다준 보리굴비 찌고, 난생처음 내가 만든 오이지를 꺼내서 팍팍 무쳤다. 맛있게 밥부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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