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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Jul 03. 2024

별 걸 다 주는 사람들

돌봄에서 공동체의 의미

어디서 망치 소리가 들린다. 소리나는 쪽 베란다를 내다보니 아빠가 호두를 까고(?) 깨고 있다.


웬 호두?

정봉수가 먹으라고 줬어. 심심할 때 까먹으라고.


정봉수라는 아빠 친구는 아빠 심심할 때 먹을 강냉이, 과자, 과일을 보내주는데 오늘은 호두다.


둘째 언니(=사촌오빠 부인)에게 전화가 왔다.  오는  감자옹심이 먹으러 갔다 오면서 생각나서 감자옹심이랑 감자전을 포장해서  앞에 두고 왔다.  그래도 비가 오길래 감자 갈아서 감자전을 부칠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귀찮아서, 괜히 컨디션  좋을  감자 갈다가  손도 갈리고,  화풀이를 엄마한테 하게 될까  관두었는데,  마음을 어찌 알고


옹심이를 끓이는데, 밖에 누가 빗자루로 쓰는 소리가 들린다. 문밖을 내다보니  아주머니가 우리 집 복도를 쓸고 닦고 계신다. 엄마 집에  지가 언젠데, 복도를 청소하는 분이 계시는  몰랐다.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아, 그냥 그러세요.

참 착한 분이 어쩌다가… 제가 드릴 건 없고, 특별히 신경 써서 청소해드리고 있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우리  앞은 아파트 복도 끝으로서 공용 복도를 마치 우리집 앞마당처럼 쓰고 있다. 커다른 소금 항아리가 있고, 천장에는 마늘과 시래기가 걸려있고, 온갖 장아찌 단지들도 구석구석에 있고, 재활용 쓰레기통도 있고, 짐을 나르는 카트도 크기 별로  개나 있다. 우리가 복도를 앞마당처럼 쓰고 있어서, 나는 신경써서 청소하는데, 아주머니도 신경써서 청소를 해주신다니...


    주는 사람들이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먹을  생기고,  밖을 나서면 좋은 을 듣는다. 그냥 먹을 것도 아니고, 간병하는 사람들의 무료함까지 신경 쓰는 사람들, 그냥 먹을 것도 아니고,  오는  정취까지 생각해서 먹을 것을 챙겨주는 사람들. 해줄  다며 신경 써서 청소는 마음은  어떻고.


예전에는 너무 가깝고, 너무 끈끈한 거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서 혼자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 어릴 때, 그때는 싫었지만 다시 필요해진 공동체를 꿈꾸게 되어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살아도 봤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실패했다. 좋은 가족, 좋은 어른, 좋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환상, 각자 성장 과정에서의 상처, 정상가족에 대한 콤플렉스를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욕심, 개인주의와 공동체 가치의 충돌, 아이를  키우겠다는 마음은  다른 종류의 교육열이 되어 서로 충돌하고  조율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래서 공동체  이런  근처에는 다시는  가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주고  받고 각자도생이 답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아니다. 엄마 집에 오면서 오래된 공동체  가운데서 살고 있다.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주는데, 받는  익숙하지 않아 부담스러웠다. 하루빨리 이 끈끈한 정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 짐처럼 느껴지고 언젠가 갚아야 하는 빚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인정해야겠다. 육아나 간병처럼 돌봄의 세계에서는 각자도생은 위험하다고. 그것이  혈연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의지할  있는 공동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순간 절절히 느끼고 있다.


지금 우리는 별 걸 다 주는 사람들 도움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에서 보내주는 것들, 거기에 담긴 관심과 마음들을 매일 받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 엄마가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엄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되뇌면서 힘들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참 이기적이다. 내가 힘들 땐 공동체 찾고, 또 그렇지 않을 때는 공동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워하고. 맞다. 이기적이고 간사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 나는 그렇게라도 살아내야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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