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유 Jul 07. 2024

우리가 왜 아침마다 블루스를 추고 있냐면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블루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와상환자인 엄마는 당연히 자 못 간다.  명이 부축해서도 힘들고, 안전하게 가려면 둘이 필요하다.


먼저 엄마가 눈을 뜨면 아빠가 침대를 세워서 엄마를 앉힌다. 침대에 앉은 상태에서 아빠는 뻣뻣한 엄마 팔을 주무르고 접었다 폈다 하면서 부드럽게 풀어준다.  사이 나는 한약을 데워서 먹인다. 한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아기 물약 먹이듯 숟가락으로 떠먹였으나 최근 다시 컵으로 시고 있다.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는  모금씩 꿀꺽꿀꺽 마실  있지만, 컨디션이  좋을수록 약을 입에 머금지 못해서 흐르는 양이 많아지고 삼킴도 느려져 속을 태운다.


준비 운동이 끝나면 우리는 블루스를 춘다. 아빠는 엄마에게 인사하듯 허리를 굽히고 엄마 팔을 아빠의 목에 른 다음 깍지를 끼게 한다. 한동안은 혼자서도 했는데, 요즘은 깍지가 자꾸 풀어져서 내가 옆에서 도와준다. 아빠는 엄마 허리를 잡고 하나, , , 하면 일어날게, 하고 먼저 알린 뒤 하나, , , 하고 엄마를 번쩍 일으킨다. 나는 혹시 넘어질까 봐 대비를 한다. 아이고  일어나네, 아빠는 엄마에게 다정하다. 엄마가 가뿐하게  일어나건 몸이 무거워서 힘겹게 일어나건 한결같칭찬을 해준다. 잊 스텝을 밟을 차례다. 아빠는 하나, , 하면서 엄마를 앞에서 이끌고, 나는 뒤에서 엄마를 잡고 따라간다. 셋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엄마 컨디션이 좋으면 부드럽게, 컨디션이 안 좋아서 팔이 풀리고, 무릎이 휘청이면 뒤뚱뒤뚱거리면서. 아빠는 엄마가  걸음만 걸어도 그렇지,  걷네, 우리 어디로 갈까, 오늘은 몸이 가벼운가 보네, 하면서 엄마를 리드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아빠가 엄마를 욕실로 데려가기 위해 아빠가 처음 시작한 방법이다. 처음엔 보기가 민망했다. 아무리 엄마, 아빠여도, 아무리 금슬이 좋아도 서로 껴안고 블루스를 추는  은 자세를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를 애기 다루듯 살살, 연애하듯 다정하게 대한다. 내가 짜증 내고 씩씩거릴수록 엄마에게  다정하다.


아빠가 원래 저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나? 금슬이 좋긴 했지만, 우리 앞에서는 저렇게 다정다감하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에 낯설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건지, 엄마가 아프니까 정신이 번쩍 들어 갑자기 사람이 변한 건지 모르겠다. 엄마 간병을 하면서 아빠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아빠에게 저렇게 사랑받으니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없이 살아도 엄마는 사랑은  많이 받았다. 지금도 아빠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지쳤고 지겹기도 하다. 하지만 옆에한결같은 사람이 다. 그러니 버틸  있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시작된 우리들의 블루스,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전 06화 엄마는 죽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