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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Jul 17. 2024

학교 끝나고 또 학교에 갑니다

딸이 해주는 음식 먹게 될까?

엄마?

학교 끝났어?

응, 학교 끝나고 메디텍고등학교 가는 중이야..

어디?

은평구에 메디텍 고등학교라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오늘 진로 체험이 있거든.


통화하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실업계 고등학교로 e스포츠과, SMT코딩과, 건강조리과, 보건간호과 이런 과가 있는데 오늘 중학생 수요진로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라고 공지사항에 되어있다.


너 특성화 고등학교 관심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진로체험에 요리수업이 있더라고. 시험 끝나고 기분 전환도 할 겸 재미있을 거 같아서 신청했었어.


솔직히 나는 딸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다면 특성화 고등학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굳이 재능 없는 공부(입시) 매달리지 않고 일찍부터 다양한 탐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애매하다는 거다. 애매하게 잘 하고 애매하게 못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똘똘한 이었는데, 중학교에  보니 아주 잘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못하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에 있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거에 특화된 학교는 없는 거 같다. 중학교 졸업즈음에는 뭐든 분명해지려나?  


누구랑 같이 가?

아니, 우리학교에서  혼자 . 친구들은 학원 가야 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갈 게 아니라서 그런지 아무도 관심 없더라고.


딸 홍시는 학원을 안 다녀서 학교가 끝나면 자유시간이다. 주로 학교가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다가 자고(!), 학원 수업이 없는 친구들과 놀아 주거나, 이런 프로그램 찾아다니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세상 태평한 중3이다.


학교까지 혼자 찾아갈  있겠어?

당연하지. 이제 다 컸잖아. 지하철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타고 가면 된대.


매일 라이드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혼자 프로그램 신청하고 멀고 낯선 곳을 혼자 찾아가는 걸 보면 부쩍 딸 홍시가 많이 컸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렇게 독립적인 아이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떨어져 살지도 못했고, 딸 걱정 없이 엄마 간병도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요리 배워서 맛있는 것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딸이 해주는 음식 먹어보고 싶다.


덧붙임

요리 교실이라 기대했는데 이런 걸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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