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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Jul 16. 2024

도서관에 자러 갑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

엄마? (유난히 신나는 목소리)

벌써 학교 끝났어?

응, 오늘 4교시만 하고 끝났어. (그래서 기분 좋았구나…)

일찍 끝났네.

이제 방학할 때까지 계속 일찍 끝나. 진도도 다 나가서 수업 시간에도 영화 보거나 자습하거나 그래. 내일 영어시간에는 과자 파티한대.

초등학생도 아닌데 과자 파티한다니까 신기하네.

이제 할 게 없어서 뭐라도 해야하니까 그렇지.

오늘은 뭐 할 거야? 오늘도 친구들이랑 놀아?

아니, 오늘은 안 놀 거야. 친구들이 놀자고 했는데 오늘은 안 논다고 했어.

왜?

지난주 시험 끝나고부터 계속 놀아서 힘들어. 난 하루 놀면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과로했어. 사실 오늘 놀자는 애들 조합이 좀 신선하고 궁금해서 잠시 놀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안 논다고 했어. 노는 것도 가끔 놀아야 재미있지, 매일 놀면 힘들어.

맞아. 엄마도 그래.


딸 홍시는 어릴 때부터 반나절 놀면 반나절은 쉬고, 토요일에 놀면 일요일은 쉬는 식으로 친구들과 노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참 신기했다. 홍시와 달리 친구들과 매일 놀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계속 놀 수 있는지 신기해서 나와 홍시가 공동으로 연구(?) 한 적이 있다. 주위를 관찰하고 탐문하여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혼자 시간 보내는 법을 모르는 아이, 지루함과 따분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인데, 재미있는 건 높은 확률로 외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내 딸 홍시처럼 외동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일찍 터득할 확률이 높다. 책을 보던 그림을 그리던 땅을 파던 공상을 하던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혼자 잘 논다.


또 의외로 조금은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 친구들과 오랜 시간 놀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오랜 시간 있어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적다. 반면 배려심이 깊은 아이는 친구들을 계속 신경 쓰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쉽게 피로해진다. 좀 그럴 듯 한가?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도서관 갈 거야?

도서관은 왜?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까 공부를 하던 책이라도 읽으려나 싶어서 내심 흐뭇)

가서 책 읽을 거야. 조용한 데서 책 펴놓으면 스르르 잠이 오겠지. 그럼 엎드려서 잠 좀 자려고.

잘 거면 집에 가서 편히 자.(좀 한심, 좀 짜증)

아니야. 아예 누워서 본격적으로 자는 잠이랑 달라. 잠깐 엎드려 자고 일어났을  기분이 좋은 거거든. 처음엔 도서관에서 자도 되나, 눈치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래.  말고도 자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나만 자는  아니야.


그렇다네요. 저는 도서관에서 자는 사람 많이 못 본 거 같은데 자는 사람 눈에는 자는 사람이 잘 보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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