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
엄마? (유난히 신나는 목소리)
벌써 학교 끝났어?
응, 오늘 4교시만 하고 끝났어. (그래서 기분 좋았구나…)
일찍 끝났네.
이제 방학할 때까지 계속 일찍 끝나. 진도도 다 나가서 수업 시간에도 영화 보거나 자습하거나 그래. 내일 영어시간에는 과자 파티한대.
초등학생도 아닌데 과자 파티한다니까 신기하네.
이제 할 게 없어서 뭐라도 해야하니까 그렇지.
오늘은 뭐 할 거야? 오늘도 친구들이랑 놀아?
아니, 오늘은 안 놀 거야. 친구들이 놀자고 했는데 오늘은 안 논다고 했어.
왜?
지난주 시험 끝나고부터 계속 놀아서 힘들어. 난 하루 놀면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과로했어. 사실 오늘 놀자는 애들 조합이 좀 신선하고 궁금해서 잠시 놀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안 논다고 했어. 노는 것도 가끔 놀아야 재미있지, 매일 놀면 힘들어.
맞아. 엄마도 그래.
딸 홍시는 어릴 때부터 반나절 놀면 반나절은 쉬고, 토요일에 놀면 일요일은 쉬는 식으로 친구들과 노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참 신기했다. 홍시와 달리 친구들과 매일 놀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계속 놀 수 있는지 신기해서 나와 홍시가 공동으로 연구(?) 한 적이 있다. 주위를 관찰하고 탐문하여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혼자 시간 보내는 법을 모르는 아이, 지루함과 따분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인데, 재미있는 건 높은 확률로 외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내 딸 홍시처럼 외동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일찍 터득할 확률이 높다. 책을 보던 그림을 그리던 땅을 파던 공상을 하던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혼자 잘 논다.
또 의외로 조금은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 친구들과 오랜 시간 놀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오랜 시간 있어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적다. 반면 배려심이 깊은 아이는 친구들을 계속 신경 쓰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쉽게 피로해진다. 좀 그럴 듯 한가?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도서관 갈 거야?
도서관은 왜?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까 공부를 하던 책이라도 읽으려나 싶어서 내심 흐뭇)
가서 책 읽을 거야. 조용한 데서 책 펴놓으면 스르르 잠이 오겠지. 그럼 엎드려서 잠 좀 자려고.
잘 거면 집에 가서 편히 자.(좀 한심, 좀 짜증)
아니야. 아예 누워서 본격적으로 자는 잠이랑 달라. 잠깐 엎드려 자고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은 거거든. 처음엔 도서관에서 자도 되나, 눈치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안 그래. 나 말고도 자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 나만 자는 게 아니야.
그렇다네요. 저는 도서관에서 자는 사람 많이 못 본 거 같은데 자는 사람 눈에는 자는 사람이 잘 보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