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니까 고맙다네요.
엄마, 오늘 방학해.
그러니까. 학교 끝나면 애들이랑 노나?
글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놀 거 같은데...
그래, 비 많이 오니까 일찍 집에 가는 게 좋겠다.
응, 그래야 될 거 같아.
학교 끝나고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
벌써 끝났어?
응, 오늘 2교시만 하고 끝났어.
그럼 이제 집에 가?
아니, 애들이랑 놀기로 했어.
아침에는 안 논다더니.
에이, 그럴 리가. 방학은 못 참지. 방학날은 놀아야지.
비 많이 오는데, 놀 수 있겠어?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놀아야지.
그래, 재미있게 놀아.
응, 고마워.
응? 뭐가 고마워?
그냥 고마워. 잘 놀고 내일 엄마한테 갈게.
고맙다는 말에 괜히 울컥했다. 재미있게 놀라고 한 게 왜 고마웠을까. 나는 놀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데. 물론 놀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맨날 놀기만 해서 속으로는 어쩌려고 저러나, 저렇게 놀기만 해도 되나, 혼자서 생각한 적은 있다. 그렇다 해도 오늘은 방학하는 날이니까, 그리고 내일 나에게 올 거니까 진심으로 잘 놀고 오라고 한 말이었는데 진심이 느껴진 걸까? 아니면 애들이랑 놀면 돈 좀 쓸 테니까 미리 고맙다고 한 걸까? 아니면 오늘 방학하는 날이니까 그냥 기분이 좋아서 한 말일까? 실은 내가 더 고맙다. 공부는 좀 못할지 몰라도 엄마 없이도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