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 Jul 15. 2024

수학 잘하면 어떤 사람이 되나?

잔소리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니

엄마, (숨 헐떡) 나 지금 학교 가는 중이야.

늦었네. 늦게 일어났어?

아니 일찍 일어났는데 준비물 챙기느라고.

준비물은 어제 자기 전에 챙기면 좋은데…(원격 잔소리 1탄)

알지. 아는데 그게 잘 안 돼.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

오늘 학교 끝나고 애들이랑 놀기로 했어.

시험 끝나고 계속 노는 일정이네.

시험 끝났으니까 놀아야지.

그래 노는 건 좋아. 근데 놀 때 놀더라도 할 일은 하고 노는 거야?(원격 잔소리 2탄)

무슨 할 일? 수학 공부?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딸은 이번 기말고사 한 달 전부터 수학 공부를 꾸준히 1-2시간씩 했다. 성적은 별로였지만(64점인가?)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 생겨서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응, 시험 끝나고는 공부 안 했어.

음…꾸준히 해도 네가 만족할 성적이 안 나왔는데, 안 하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속마음:공부를 해도 수학이 그 모양 그 꼴이었는데, 그마저도 안 하면 이젠 수학은 영영 빠이빠이다…)

음…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아마 완곡하려고 노력했던 겉말에 속마음이 묻어났던 모양이다.


음…그럼 어떻게 해야 동기부여가 될까?

수학을 열심히 하고 잘하면 어떻게 멋있는 사람이 되는지, 수학을 잘하면 어떻게 세상이 더 좋아지는데 기여하게 되는지 말해줘야 동기부여가 돼.

아… 그래? (말문 막힘)


아니 수학공부 좀 하게 하려면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해야 하는 거야? 사실은 나도 수학 못 해서 수학을 잘하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필즈상 탔던 허준이 교수 인터뷰도 보고(멋있다고 생각했고) 뭐 수학 컴플렉스로 이런저런 책들 많이 보긴 했지만 내 언어로 내 딸에게 설득력 있게 말하는 건 아직 자신이 없다. 차라리 수학 잘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고, 좋은 대학 가야 좋은 직업 갖게 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단다, 이런 전형적인 동기부여가 더 쉬울 텐데 내가 그렇게 말하면 딸은 난 돈 많이 안 벌어도 된다고 말할 거 다 안다. 그래도 딸이 멋있게 동기부여 해달라고 하니까 부모로서, 특히 떨어져 사는 엄마가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수학과 관련된 아름다운 책들 열심히 읽고 있다(만, 수학 못하는 사람은 이런 책도 읽기가 어렵구나…)

이전 10화 그래도 학교는 순한 맛일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