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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Jul 18. 2024

방학은 못 참지

놀라니까 고맙다네요.

엄마, 오늘 방학해.

그러니까. 학교 끝나면 애들이랑 노나?

글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놀 거 같은데...

그래, 비 많이 오니까 일찍 집에 가는 게 좋겠다.

응, 그래야 될 거 같아.


학교 끝나고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

벌써 끝났어?

응, 오늘 2교시만 하고 끝났어.

그럼 이제 집에 가?

아니, 애들이랑 놀기로 했어.

아침에는 안 논다더니.

에이, 그럴 리가. 방학은 못 참지. 방학날은 놀아야지.

비 많이 오는데, 놀 수 있겠어?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놀아야지.

그래, 재미있게 놀아.

응, 고마워.

응? 뭐가 고마워?

그냥 고마워. 잘 놀고 내일 엄마한테 갈게.


고맙다는 말에 괜히 울컥했다. 재미있게 놀라고    고마웠을까. 나는 놀지 말라고  적이 없는데. 물론 놀지 말라고  적은 없지만, 맨날 놀기만 해서 속으로는 어쩌려고 저러나, 저렇게 놀기만 해도 되나, 혼자서 생각한 적은 있다. 그렇다 해도 오늘은 방학하는 날이니까, 그리고 내일 나에게  거니까 진심으로  놀고 오라고  말이었는데 진심이 느껴진 걸까? 아니면 애들이랑 놀면    테니까 미리 고맙다고  걸까? 아니면 오늘 방학하는 날이니까 그냥 기분이 좋아서  말일까? 실은 내가  고맙다. 공부는  못할지 몰라도 엄마 없이도  먹고  놀고 건강하게  크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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