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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Jul 18. 2024

엄마가 사치하게 된 이유

우리집 먹는데 진심인 가풍의 기원

우리  엥겔지수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엄청 비싼  먹거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고 그런  아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이고 평범한 한식 식단인데 우리 식구 모두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가능한 원재료의 맛을 추구한다.


그런 가풍이 시작된  동생이 죽고 나서다. 내가 맏이고 남동생이 둘이었는데, 바로 아래 동생이 대학교 2학년  세상을 먼저 떠났다.  이맘때 방학하고 친구들이랑 동해 바다로 갔다가  사고였다. 내가 맏이지만, 아들 중에서는 맏이라고 맏상제( 하필 이렇게 불렀는지)라고 불렸던 아들이었다. 시골에서 없는 살림에 공부 잘해서 서울대 가서 가진  없는 부모님 어깨를 드높였던 아들이고, 우리  남매 중에 제일 착하고 사회성이 발달한 소위 엄친앙여서 다들 하늘이 시샘해서 데려갔다고 위로가  되는 위로의 말을 하곤 했다. 속으로 가장 믿고 의지했던 아들이 그렇게 됐으니 엄마가 자기는 살지 않겠다고, 따라가겠다고 해서  가족이 돌아가면서 엄마를 키던 때가 있었다.  또한 지나가엄마가 다시 살고자 했을  시력 1.5를 자랑하던 엄마의 눈은 멀어버렸고, 시각장애 1급이 되었다. 엄마가 아들 잃은 충격과 함께 심리적으로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 눈이   아닌가 하고  식대로 이해하고 있다.


리고 엄마가 돌변했다. 지지리 궁상을 떨며 아끼던 구두쇠 엄마가 사치를 부리기 시작했다. 동생을 보내고 엄마는 가슴을 치고 후회했다.  그렇게 아끼면서 살았나. 특히 딸기 얘기 많이 한다. 그때 딸기가 비쌌는지 많이  사서  남매가 다투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 나밖에 모르던 이기적이었던 나와 철없막내 사이에 껴서 착한 둘째 아들은 딸기를    먹고 그랬다고 했다.  딸기가 뭐라고,  실컷 먹일걸, 그렇게 후회를 많이 했다. 동생이 죽고 엄마는 나에게 과일 용돈이라는  따로 줬다. 과일은   맛없다고 무조건 크고 비싼 걸로 사야 한다고.  아끼면서 맛없는 과일  먹을까  과일 용돈을 따로 챙겨줬다. 우리 집이 손가락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아니었는데, 엄마는 친정 식구들도 도와야 하고, 우리  남매도 공부시키고 대학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식재료부터 아꼈고, 그래서인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맛이 없었다. 맛있게 먹기보다는   때우는 식에 가까웠다. 보통  떠나면 집밥이 그립다고 하는데, 우리  남매는  떠나서 먹는 학식이  맛있었고 집밥을 그리워한 일이 없다.


아무튼 평생 욕심이 없던 엄마가 먹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된다. 일년 내내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일에 온통 신경을 쏟았다. 우리 식구는 외식도   한다. 아니 못한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런다. 막내동생은 혼자 살면서도 만두를 집에서  먹는데 만두피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다. 우리 식구 모두 조미료 , 지나치게 단맛, 짠맛, 원재료를 가리는 자극적인 맛을  견뎌한다. 특히 엄마의 시력이 사라진 이후 미각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해지고 예민해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 온 가족은 피곤하다. 즐거운 피곤함이다. 나도 요즘 엄마 집에 와서 엄마 간병하면서 엄마처럼 살다 보니 하루 종일 먹기 위한 일을 한다. 오늘은 옥수수 삶고, 가지 찌고, 마늘 까고, 생강 까고 빻고, 동생이 어제저녁에 감자전을 해 먹었다길래 나도 감자전이 먹고 싶어서 감자를 갈았다.


나를 이렇게 먹는 일에 부지런을 떨게 한 태평하게 자고 있는 엄마를 본다. 우리 입맛을 까다롭게 만든 사람, 우리 삶을 피곤하게 만든 사람, 그리고 가족끼리 맛있는  같이  먹는 삶의 재미를 알게   사람, 바로 엄마다. 그런 엄마가 야속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가도 엄마가 고맙고 짠하고 그렇다. 엄마 일어나면 청양고추 썰어 넣고 감자전 부쳐서 입에 넣어줘야지. 이제 반백을 살아본 소결이지만 인생   .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으면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하는 재미, 어쩌면 그게 다인지도 모른다. 엄마가 언제 우리를 떠나도 후회 없도록 잘해 이자는 생각으로 감자전 부치고 있다. 말은 하지만 엄마가 나를 기특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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