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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Jul 23. 2024

엄마가 없으니까 불편해? 외로워?

엄마 없이 지내는 딸의 생각

방학이라 딸이 왔다. 딸이 오니까 집안에 생기가 돌고 시끌시끌하다. 방문간호사님이 오셨다. 딸이 나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가 홍시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그래요? 무슨 얘기를...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엄청 어른스러워 보인다. 중3이면 15살인가?

아, 16살이에요. 저는 옛날 우리나라 나이가 좋아요.

왜 나이 적은 게 좋지 않아?

전 아니에요. 나이가 많으면 나이를 줄이고 싶은 거 같은데, 저 같은 어린 나이에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거든요.

그렇구나. 넌 엄마 없이 지내는 거 불편하지 않아?

아니, 뭐… 딱히 없어요. 아빠가 차려주는 반찬이 좀 부실하다는 정도? 아빠가 늦을 때 혼자 차려먹어야 할 때 좀 귀찮다 정도? 그래도 엄마가 없으니까 아빠가 밥 하기 귀찮다고 라면도 많이 끓여주고 외식도 많이 해서 좋아요.

하하 그래? 왜 학교 갔다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반겨주면 좋잖아.

아… 어릴 때는 그랬던 거 같은데, 저처럼 청소년은 학교 갔다 집에 왔을 때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좋아요.

아, 그래? 혼자 있는 게 좋아?

네, 혼자 있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왜 엄마가 있을 땐 마음대로 못 해?

아니, 엄마가 뭘 못하게 하고 잔소리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신경이 쓰이거든요. 예를 들어, TV를 보더라도 폰을 보더라도 누가 있으면 아무래도 눈치 보게 돼서요. 그렇다고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하죠.

그래도 엄마가 없어서 외롭다 그런 건 없어?

음… 가끔 허전할 때는 있는데 외롭다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뭐 인간이 원래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고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심심하다고 하면, 인생은 원래 심심한 거다, 심심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하고, 외롭다고 하면,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외로움은 당연한 거다, 했거든요.  


방문간호사님은 딸이 엄마와 떨어져 엄마 없이 지낸다는 말을 듣고 엄청 안 쓰러워하기도, 또 대견해하기도 했다. 마침내 딸을 만나 엄마의 부재로 인한 영향을 확인하고 공감해 줄 준비를 하셨으나 헛웃음만 짓고 말았다.  


딸이 엄마의 부재를 많이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다. 딸이 어렸을  엄마가 아파서 간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딸과 엄마의 돌봄을 두고 엄청난 갈등을 겪었을 것이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엄청 괴로웠을  같다. 엄마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을 만큼 커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릴 때부터 인생과 인간에 대한 조기교육을 주입시켜놓은 게 조금 효과가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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