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소셜 다이닝
사격으로 금메달 딴 여고생 선수가 마라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마라탕이 뭐야?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아버지, 마라탕 몰라?
손녀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몰라.
그럼 마라도 몰라?
응, 몰라.
음, 마라탕을 모르는 구나. 마라라고, 얼얼한 매운 맛을 내는 거 있거든. 그거랑 야채랑 이것저것 넣은 매운 음식이야. 애들이 좋아해.
할아버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고생의 수상소감에서 마라탕을 말하는 바람에 마라탕의 존재를 알게 됐다. 여자 아이들은 만나서 마라탕 먹고, 코인 노래방 가고, 카페 가서 음료 먹고 디저트 먹고, 인생네컷 찍으며 논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남자애들은 뭘 먹는지?
남자애들도 마라탕 좋아해?
아니, 남자애들은 마라탕 안 먹어.
그럼 걔네들은 친구들끼리 만나면 뭐 먹어?
남자애들은 고기 먹어.
(너무 뜻밖이라 진심 놀람) 고기?
응, 삼겹살이나 갈비. 고기 먹으러 가서 인스타 올리고 그래. 그래서 그런가 남자 애들은 돈을 많이 가지고 다녀.
와, 그건 생각도 못했다. 남자 애들은 어쩌다 고기를 먹게 되었을까?
음…(한참 생각) 아마 남자애들은 삼삼오오 다니는 게 아니라 떼로 몰려 다녀서 그런 게 아닐까?
남자애들은 떼로 다녀?
응, 최소 6명 이상. 남자애들은 삼삼오오 다니는 거 거의 못 본 거 같아. 우르르 떼로 몰려 다니면서 여럿이 앉아 먹을 수 있는 고깃집에 가게 된 게 아닐까?
딸이 다니는 학교만 그런 건지, 일반적인 현상인지잘 모르겠지만, 성별에 따라 노는 방법의 차이, 만나서 먹는 것의 차이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