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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Aug 12. 2024

공부 잘하는 애의 말이 더 믿음직스러운 걸까?

이상과 현실 사이

엄마?

이제 학교 끝났어?

응, 오늘 좀 빨리 끝났어.

학교에서 별일 없었어?

응, 별일은 없었어. 근데 이런 일 있었어. 오늘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학습지를 나눠 주셨는데 거기에 우리 시 로고가 들어가 있었단 말이야. 근데 그 로고가 시장 바뀌면서 다른 걸로 바뀌었거든.  

그래? 몰랐네. 예전 로고 귀엽고 괜찮았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이. 시장 바뀌었다고 로고는 왜 바꾸는지 아쉬웠던 말이야. 어쨌든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씀드렸거든. 로고 바뀌었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에이, 그럴 리가, 하시는 거야.

뭐, 선생님도 모르실 수 있지.

내가 맞다고, 인터넷에 찾아보시라고 해도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믿지 않으시더라고. 그런데 조재은, 조재은 알지?

과학고 준비한다는 친구?

응, 조재은이 선생님 로고 바뀐 거 맞아요, 하니까. 그제서야 선생님이 그래? 하시면서 인터넷에 찾아보시고, 어, 맞네, 진짜 바뀌었네, 하시는 거 있지?

에이, 선생님 너무 하셨네. 공부 잘하는 애가 말하니까 믿으신 건가?

내가 억울해하면서 선생님한테 그랬지. 왜 내가 말할 때는 안 믿고 재은이가 말하니까 믿으시냐, 서운하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뭐라셨어?

선생님이 혼자 말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둘이 그러니까,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안세영이 금메달 따고 자기 목소리 낸 건 가봐. 역시 억울하면 공부를 잘해야 되는 건가?

엄마,  그렇게 말해? 결론이 이상하잖아. 공부를 잘하는 사람 말만 들을  아니라 어느 누구가 말하더라도 귀담아 듣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야지. 그런 세상이 되어야지.

그… 그런가? 그으래, 그런 세상이 되어야지.


가끔 딸 홍시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이상적이어서 앞으로 세상 참 살기 힘들겠다, 앞으로 많이 실망하고 상처받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방주사 차원에서 현실 사회의 불평등, 불공정, 부조리, 불합리함을 미리 귀띔이라도 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어차피 딸이 살 세상이고, 어차피 살면서 경험하게 될 테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스스로 배워가겠지, 딸이 사는 세상이 나와 같을 리도 없고,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생각이 다르니까, 괜히 강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딸 이야기나 들어주기로 했다. 오늘 아이유 피케팅해야한단다.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이번에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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