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와 노는 시간
엄마?
오늘 목소리가 기분 좋아 보이네.
응, 좋아.
그래? 무슨 좋은 일 있어?
오늘 뮤지컬 동아리 모임이랑 다연이랑 하는 멘토링이랑 겹쳐서 하나를 미뤄야 했거든. 고심 끝에 다연이랑 하는 멘토링을 취소했어. 이유는 동아리는 사람이 많아서 약속 잡기가 어려우니까. 그런데 동아리 모임도 취소된 거야. 몇 명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온다고 해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개 모두 취소된 거지. 엄마 알지? 나는 이런 상황을 좋아한단 말이야. 약속이 모두 취소돼서 갑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으니까.
응, 알지. 엄마도 약속이 취소되면 좋아.
그리고 더 좋은 건 오늘 아빠가 저녁 약속 있어서 늦게 온다는 거지. 즉 나는 나 홀로 집에 있게 된다는 말씀.
집에 혼자 있는 게 좋아?
응, 좋아.
엄마, 아빠가 이래라저래라 잔소리 안 하는 데도?
응 그래도 좋아. 그리고 잔소리를 적게 하는 거지 안 하는 건 아니거든. 자꾸 잔소리 안 하는 부모로 미화하지 마.
(머쓱) 그런가? 난 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엄마 생각이고, 노골적으로 안 해서 그렇지 은근히 돌려가며 할 때 있거든.
그렇군. 근데 집에 혼자 있는 게 왜 좋아?
나는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인데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냥 나한테만 신경 쓰면 되잖아. 그러니까 혼자 있는 건 나 스스로와 노는 시간인 셈이지. 나한테는 꼭 필요한 시간이거든.
멋진 말이네. 스스로와 논다. 하긴, 엄마도 그래. 혼자만의 시간 중요해.
그럼 혼자 뭐하면서 놀 거야?
집에 가서 생각나는 대로 할 거야.
그렇군. 그럼 스스로와 잘 놀아라.
응, 알았어. 엄마도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