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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Aug 26. 2024

자꾸 아는 척을 하고 꼭 설명하려고 하지

적당히 모르는 척 좀 해줘

엄마? 어제 기안84 나오는 태어난 김에 음악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어? 그거 엄마도 봤는데…

? 정말? 엄마가 웬일로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다 봤대.

우연히 봤는데, 재밌더라고.  

어떤 게 재미있었어?

싸이퍼라는 힙합 문화가 재밌었어. 기안84 브루클린 뒷골목에서 가서 현지 래퍼들 사이에 껴서 용기 내서  하는 건데 내가  떨리더라고..:

아빠랑 같이 봤는데, 아빠가 브루클린에서 밤길 저렇게 다니면 위험하지 않냐고 그러더라고.

미국은 혼자 다니면 위험하지. 여행할 때 엄마도 용감한 편이었는데 밤에는  돌아다녔어. 근데  그건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제작진도 같이 다니는 거니까 안전하게 하지. 그거 찍으려고 최소 10명 안팎은 같이 있을 거야. PD, 작가, 촬영팀 일단 다섯 명 정도라 치고, 현지에서 장소, 사람 섭외하는 한국인 코디네이터, 미국 현지 사정 잘 아는 미국인 코디네이터, 미리 사전 답사하고 동선 짜는 사람, 통역, 기타 행정, 잡업무처리하고 보조하는 사람 등.

그렇게 많이?

그럼, 기안84 혼자 즉흥적으로 하는  같이 보여도 대부분 미리  기획하고 미리  섭외해 놓고 하는 거야.  기획안 위에서 기안84 즉흥적이고 엉뚱한 행동과 말이 얹어지고 변주되는 거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미리 섭외한 거라고?

브루클린 밤거리니까 위험할  있으니까 안전하게 해야지. 특히 유튜브도 아니고 나름 공중파 방송인데. 기안84 싸이퍼에서 만난 래퍼도 미리 섭외해 놓은  같더구먼.

그래?

방송이라는  많은 부분이 기획에 따라서 연출하는 거거든. 물론 대사나 행동까지  정해주는  아니더라도 기획 의도에 따라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장소와 사람을 섭외해 놓는 거지.

나도 이제 어느 정도는 알아. 연출하는 . 그런데 TV  때마다 너무 상기시킬 필요는 없는데 엄마랑 아빠는  때마다 그걸 너무 상기시킨다니까. 내가  진짜라고 믿을까  걱정되는 건가?

(갑자기 뜨끔) 그랬나?

, 너무 그랬어. 너무 많이 알아서 그런가 그냥 보질 못하고 자꾸 아는 척을 하고 설명하려고 하고. 그게 좋은 얘기면  모르는데,  재미있게 보는데 치는 얘기를  때가 있어. 저거  연출이다, 다 짜고 하는 거다, 미리 섭외한 거다, 저런  어딨냐, 너무 작위적이다, 가짜다, 그리고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누구 코가 이상하다,  성형했다, 그런 얘기 자꾸 듣다 보면 같이 TV 보기 싫어.  남의 코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지

자꾸 보이고 거슬리니까 그렇겠지.

그러니까 너무 많이 아는  좋은  아닌  같아. 엄마, 아빠처럼 많이 알지 못하니까 선입견 없이 재미있게 보거든. 그러니까 나랑 같이 TV  때는 적당히 모르는   해줘. 어떨 땐 같이 보기 싫어지려고 해. TV 그냥 재미로 보는 거잖아.  그리 심각하게 보고 그러나.

(급 쭈글) 그래, 앞으로 조심할게.


TV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것을 들으며 자랐던 나는 집에 TV 아예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TV 좋아하다못해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하물며 산 사람 소원이야, 하면서 집에 TV 들이게 됐고, TV  빠져 있는 모습이 꼴도 보기 싫어서 신혼 초에 TV 깨부수네 마네, 극렬한 TV전쟁을 치렀다. 다행히 비싼 TV 깨부수지는 않았고, 신방과 나온 남편이 pd 되고 싶었는데   한을 tv보는 거로 푸나보다, 이해하려고 애쓰며 평화 협정을 맺게 되었고, 나도 남편과 같이 TV 보기 시작했다. 보다 보니 조금 재밌어졌다.


우리가 좋아하니까 도 당연히 우리 사이에 껴서 보게 되고, 우리 셋이 TV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TV 본다기보다 TV 보는 남편과 딸을 시청하는 기분이  정도로 남편과 딸은 TV 그렇게 재미있게 본다. 사춘기 딸이 아빠와 저렇게 많은 대화를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대화한다(떠든다). 각자 방에 들어가 휴대폰만 보는 것보다는 거실에서 같이 TV 보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여, TV 대한 나의 생각도 굉장히 호의적으로 바뀐 상태고 집을 지을  TV(남들에게 소개할 때는 패밀리룸이라고 한다) 만들었. 그런데 딸이 우리의 시청 태도를 거슬려하고 지적하조심해야겠다. 딸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거실에  나오면 너무 슬플 것 같다(나없이 남편과 딸 각방에 들어가 대화도 없이 살면 내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다). 가능한 오래오래 이랑 TV 같이 보면서 들려면 아는 척, 설명질, 평가질, 지적질…다 고쳐야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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