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실에서 연락이 온다.
김**. 남자. A+
간장(예정), 폐(예정), 각막(예정), 심장(예정), 췌장(예정), 신장(예정),
다른 의료기관으로 응급 드론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 망했다.'
술화가 속으로 말을 삼킨다. 편안한 금요일은 다 지나갔다. 남자 친구와 새로 생긴 위스키 집 갈려했는데, 오늘은 틀렸다. 원래 VIP 장기 이식은 만들어진 장기만 수술하면 된다. 그래서 한방에서만 진행되면 되기 때문에 술화는 이식 수술을 안 하고 퇴근할 수 있었다.
SWEL은 주로 VIP 수술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런데 갑자기 뇌사자 장기 적출이라니, 이렇게 되면 뇌사자의 적출과, 이식 환자의 수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하련은 이식을 받은 수술을 담당하고 술화는 적출을 하는 수술을 담당한다. 평소에 안 하던 수술을 수술을 한다니 술화는 속으로 짜증이 밀려온다.
하련은 갑자기 머릿속 생각이 많아진다. 술화의 장기 적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쪽 팀도 확인하고 도와줘야 한다. 장기이식 및 적출은 수술 케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준비할 일이 많다. 우선 술화를 보조할 수술 경험이 있는 수술실 간호사를 배치한다. 그리고 하련도 재빨리 수술 준비를 한다. 장기 적출 및 장기 이식 수술은 2개의 수술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한방은 장기 적출 수술이 진행되고 다른 한방은 신장 이식 수술이 진행된다.
장기 적출술은 각각의 장기를 수술하고자 하는 각 병원에서 온다. SWEL을 제외한 병원은 진공 드론으로 신속하게 이송된다. 장기적출의 가장 관건은 시간이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맞춰 이식했느냐가 수술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술에 관련된 모든 다른 병원의 수술팀은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동시에 서로의 긴장감을 숨길 수 없다. 하련도 거기에 맞춰 분주히 움직인다.
흰눈썹의 노인이 사무장에게 전화한다.
“lung(폐) 1개는 VIP가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건강한 장기는 폐까지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신체의 거의 모든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된다. 오늘 적출될 장기는 간장), 폐, 각막, 심장, 췌장, 신장, 총 6개 장기 이상이다. 즉 6개 이상의 병원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6개의 수술팀 한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장기는 일반인에게 제공된다. VIP는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는 장기를 미리 배양하여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인은 이런 장기를 제공받는다. 물론 그마저도 이런 기회는 매우 흔하지 않다.
한 팀당 최소 2~3명, 장기이식팀 코디네이터, 마취과팀까지, 30명 이상의 전문수술팀이 이 수술에만 투입된다. 그리고 수술에 참여한 여러 병원은 각각 이식받을 장기를 기다리는 절박한 심정의 환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으리라.
경험이 많은 하련이지만 평소 전혀 안면 없는 수술팀과 손을 맞춰야 한다. 어렵고 어색하지만 절실하게 생명의 장기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술화가 수술에 들어가고, 장기를 제공받는 환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는 하련이 술화팀를 잠시 도와주기로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짧은 추도사가 끝난다.
간팀이 먼저 들어와 배를 열고, 간의 상태를 확인한다.
간의 상태가 이식 가능함을 판단한다.
“수술을 진행합니다.”
심장, 폐, 췌장팀도 차례로 들어와 장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식 수술 여부를 하나하나 결정한다.
"선생님, 이 환자분은 왜 뇌사상태가 된 거예요?"
이번에 새로 처음 수술에 임한 간호사가 도와주던 하련에게 물어본다. 하련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알 필요 없어. 수술에만 집중해.."
사실은 알고 싶지 않다는 게 하련의 진실이다.
뇌사자의 의무기록을 열어보면 환자의 뇌사상태 배경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하련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딱딱한 의무기록에는 절절한 환자의 사연이 적혀있고 감정적으로 휩쓸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보지 않는 것이다.
그저 하련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며 이식받는 사람의 안위와 뇌사자분의 명복을 빌 뿐이다.
사무장이 VIP의 명단을 확인하고 어디론가 전화한다.
“대기명단 순서 바꿔. VIP 먼저 이식받는다.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