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련은 수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또 정문이 무리한 수술을 진행한다. 최근 들어 그가 그 답지 않은 수술을 자꾸 올린다. 중앙 의사의 수술만 보조해도 되는데, 자꾸 주도적으로 환자를 받아서 수술한다. 게다가 미확인 전염병의 진단이 되기도 전에 수술실에 밀고 들어와서 하련도 당황스럽다. 전에 낯선 남자를 수술 후 정문은 뭔가 변했다. 하련이 VIP 수술을 들어가라던 슈퍼바이저 문해의 말을 거역하고 굳이 정문의 수술에 들어온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VIP 수술은 충분히 다른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수술이었고, 또 최근 교육을 총명하게 이수한 간호사들이 믿음직했다.
SWEL의 모든 의료 교육 시스템은 홀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환자의 수술의 처음과 끝까지 홀로그램 안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수술기구와 장비도 홀로그램으로 구현되어, 실제로 감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사실 이 홀로그램 시스템은 외과의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그 교육을 간호사에게 꼭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슈퍼바이저와 싸워 결국 교육 권한을 얻었다.
"의사도 아닌데 간호사가 무슨 직접 수술하는 과정을 교육받아? 그 시간에 수술이나 한건 더하는 게 나아."
슈퍼바이저 문해가 하련을 째려보며 말한다.
"간호사도 수술 과정을 홀로그램 교육으로 직접 해봐야 좀 더 빨리 수술실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수술 진행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실제 홀로그램을 이수한 간호사와 이수하지 않는 간호사간의 실력의 격차가 분석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수술을 빨리해야 더 많은 수술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재수 없는 년. '
문해는 속으로 말을 삭히며 이를 앙 다문다. 턱의 살이 불뚝불뚝하며 움직인다.
정문이 진행하는 수술실이 분주하다. 복강경으로 쿠사(CUSA)와 에너지 디바이를 사용하여 간 절제를 진행한다. 대장에 전이가 있으면 같이 수술할 수도 있다. 언제든지 개복의 가능성이 있어, 수술 경험이 많지 않은 간호사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후배를 모른 척할 수 없는 하련이었다. 잠잠하게 복강경으로 간절제술을 하던 찰나, 혈관이 하나 파열되고 피가 솟구친다.
"젠장"
정문이 나지막이 읊조린다.
"클립"
클립 몇 개를 연달이 찍어보지만 좀처럼 피는 잡히지 않는다. 그 시각 환자 모니터를 보던 마취과도 분주하다. 밖에서 갑자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금 수술 중인 환자가 또 미확인 전염병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다. 두 번째 PCR결과에서 양성이 도출되었다. 피를 나는 곳에 거즈를 뭉텅이로 쑤셔 넣고 간신히 막고 있는 정문은 그 결과를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정문이 막무가내로 수술실에 데리고 들어왔으니, 수술 끝나고도 피곤할 일이 가득할 것임을 직감한다.
하련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PAPR을 포함한 전염병 안정 장비를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니, 환자는 물론 동료의 안전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수술 중이어 보호장구를 제대로 작용할 수 조차 없다.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다들 조용히 사라진다.
"젠장. 쉴드 페이스 마스크 줘 그냥 진행한다."
정문이 말하자, 얇은 머리띠 두께의 플라스틱을 정문의 이마에 살며시 끼워준다. 머리띠 끝의 단추를 터치하자 얼굴을 보호하는 얇은 에어 쉴드가 펼쳐진다. 미세한 소독 입자가 배출되어 정문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정문의 양쪽 어깨에 장치를 부착 후 동작시킨다. 수술 중에 사용이 가능한 에어 쉴드 가운이다.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실제로 많이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련도 박에 간호사의 도움을 빌려 간신히 페이스 실드 마스크를 하고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실 문이 닫히고 2중으로 수술실이 잠긴다. 환기 장치가 반대로 동작하며 수술 중의 공기가 SWEL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아무리 최첨단 기계이지만, 하련도 두렵기는 어쩔 수 없다. 개복수술을 하는 중이라 피가 온 사방에 튄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뒤늦게 보호장비를 갖추기 시작한다.
마취과도 보호 장비의 허리의 벨트를 허둥지둥 매면서 연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꾸 장치가 떨어지는지, 줍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정문의 어깨너머로 보인다.
"피 좀 준비해. 빨리 가능한 많이"
아이스 박스에 가득 든 피가 들어온다. 간호사와 의사가 확인 후 피를 수혈 기계에 넣는다. 최대 10 파인트까지 넣을 수 있는 기계는 자동으로 혈액을 체크하고, 신속히 주입을 한다.
모니터의 혈압이 69/54를 가리킨다. 평소보다 너무 낮다. 낮은 피를 온몸으로 보내려 심장은 더 빨리 펄떡거리고 있었다. 빨리 피를 잡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다.
"라잇 앵글, 타이 주세요. 두꺼운 실로 주세요"
"쿠사"
정문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그에 따라 하련은 말도 없이 기구를 쥐어준다. 하련의 눈은 차오르는 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젠장, IVC 찢어졌잖아. 프롤린 5-0 줘. 봉합해야겠어."
피나는 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정문이 하련에게 말한다.
*IVC(inferior vena cava)
하대정맥(아래대 정맥). 심장에서 하부의 정맥혈을 우심방으로 보내는 정맥의 본간이다.
*라잇 앵글(Right angle clamp): 혈관이나 조직을 결찰 할 때 사용하는 수술기구
*쿠사: 간 절제 장비
*프롤렌5-0(Prolene 5-0) :혈관을 봉합하는 얇은 녹지 않는 실
하련은 밖의 간호사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하며 정문이 더 찾을 것을 미리 준비시킨다.
"슈쳐 부츠 같이 주고, vascular clamp 꺼내 줘."
니들이 양쪽으로 달려있는 프롤렌을 사용할 때 분명 실이 손상되지 않게 얇은 고무를 이용한 기구로 물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IVC 혈류를 일부를 막아야 하므로 거기에 필요한 기계까지 미리 준비하게 한 것이다.
"샌틴스키 타입으로 줘."
아니나 다를까 정문은 설명도 없이 기구를 찾는다. 하련이 미리 준비해 놔서 바로 제공한다. 정문은 'ㄷ'자로 생긴 수술 기구로 IVC의 일부를 잡은 다음 봉합을 시도한다. 한 땀을 뜨고 실을 고정시킨다.
"슈처부츠"
하련은 정문의 손에 미리 쥐어준다. 실이 얇기 때문에 손에 주사기로 물을 뿌려주고 정문은 그 물의 흐름에 맞춰 봉합을 능숙하게 해댄다. 환자의 혈압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미친 듯이 뛰던 환자의 맥박도 점차 안정되어 간다. 바닥에는 수혈 봉지가 15개는 족히 넘게 어지러히 널려져 있다.
*슈처부츠(Suture boots) 수술기구 끝에 씌우는 작은 고무마개, 얇은 실을 고정할 때 실의 손상을 예방
*Vascular clamp: 혈관을 일시적으로 결찰 할 때 사용하는 기구로 'ㄱ''ㄴ'모양과 일직선 모양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샌틴스키 타입(Santinskey clamp): Vascular clamp의 한 종류로 입모양이 'ㄷ'자처럼 생겼다.
정문은 한숨을 쉰다. 수술이 마무리되면서 하련은 한숨을 쉰다. 미확인 전염병으로 판명 났으니, 하련의 안전보다 문헤에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떼어낸 장기는 포도송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커져있었다. 칼로 중간을 갈라보니, 안쪽에서 검은 액체가 툭 터져 흘러내렸다.
"수고했어요. 고마워."
정문이 하련과 다른 의료진을 보며 인사하고 먼저 수술장을 떠난다. 하련은 손을 잠깐 들어 보이며 대답을 한다. 작은 캡슐에 아까 열어봤던 조직의 일부를 몰래 담고 정문은 밖으로 빠져나온다.
"하련샘, 슈퍼바이저가 이번 수술에 대해 보고하래요."
슈퍼바이저의 비서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자 급하게 장갑을 벗은 하련이 한숨을 쉰다. 지금 수술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전염병에 노출되었다. 그 무엇보다 의료진의 안전에 신경 쓸 이때에 보고라니.
"지금은 수술 환자 나가고, 수술실과 우리 간호사들 안전하게 확인한 후에 직접 보고 드리겠습니다."
환자가 빠져나간 수술실은 초토화 상태였다. 바닥에는 피가 어지럽다. 장비 또한 많으니 정리할게 산더미다. 하지만 수술기구를 밖으로 빼지 못하게 하고 하련은 방 전체를 차단한다. 벽의 안족에 숨겨있는 은색 커버를 여니 빨간 버튼과 그 아래 초록 버튼이 있다. 환자가 나간 후 하련은 홀로 수술방에 남았다. 물론 두렵고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한 하련은 빨간 버튼을 누른다. 징- 소래를 내며 방안의 모든 환기 시스템이 자동으로 폐쇄된다. 헤파필터를 포함한 모든 환기구가 차단되니 작동 소리가 멈춘다. 그리고 소독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초록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특수 소독시스템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바이러스도 죽일 수 있다. 사람에게도 당연히 위험하다. 버튼을 누루고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10초 안에 빠져나가야 한다. 하련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는다. 그리고 초록 버튼을 누른다. 빨란 사이렌이 번쩍거리며 알람이 울린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9.8...
하련은 조심히 빠져나온다. 하련이 빠져나오고, 특수 소독 시스템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가동된다. 나머지 정리를 할 것도 산더미 같지만 일단 문헤를 만나야 한다.
'젠장, 이 와중에 보고라니...'
하련은 한숨을 쉰다. 마지막으로 나온 하련은 특수 큐브에 들어간다.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박스에는 소독 물질이 10초간 분사된다. 하련이 마지막에 나왔으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소독 박스를 통과해 나갔을 것이다. 독 박스에 들어가 문을 닫으니 자동으로 위에서 소독 가스가 분사되어 나온다.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으나, 이내 소독이 끝난다. 그리고 샤워실로 향한다.
"하련샘, 슈퍼바이저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느새 비서가 하련의 수술방 앞에까지 와있었다. 전염병이 무서워 얼굴에는 보호장구를 가득 차고, 두려움에 떤 모습이었다.
"지금 내가 피 묻은 이 꼴로 가면 슈퍼바이저도 안 좋아할 거예요."
샤워를 하며 하련은 생각한다. 보고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응급인 상황에 보고서만 받길 바라는 슈퍼바이저 문 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커다란 은색 화려한 문 앞에 서서 하련이 한숨을 쉰다. 슈퍼바이저가 직접 불렀을 때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하련이 샤워를 하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봤다. 왜 불렀을까. 우선 이번 VIP 수술에 들어가라는 지시사항을 어겨서 거기에 대한 문책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확인 전염병 환자로 나중에 밝혀져 그 난리를 쳤으니 문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눈을 센서에 대니 홍채인식이 진행된다. 그리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홀로그램 화상회의를 하고 있던 슈퍼바이저는 얼굴을 찡그리며 하련을 쳐다본다. 손을 까딱까딱하며 의자에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SWEL 경영진과 홀로그램 통화를 하던 중이었던 것이었다.
"네. 이번 VIP는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저희가 워낙 경험이 많고 잘하니까요. 믿고 맡겨주세요."
문해는 병원의 VIP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이면서 수술실을 관장한다. 의료계 출신은 아니지만 해박한 지식과 말솜씨로 경영진의 눈에 들었다. 들리는 바로는 뒷배경이 좋다 하는데 뜬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의료진 출신이 아닌 그가 그 짧은 시간에 슈퍼바이저까지 된 역사가 없었다. 굵은 눈썹을 가진 문가 하련을 쳐다본다.
"이번 VIP 수술에 하련 샘이 들어가라고 특별히 지시했을 텐데... 이젠 상부의 명령까지 어겨?"
그가 사무실 가운데 놓여있는 홀로그램 시스템을 보며 천천히 하련에게 걸어온다. 그의 비릿한 향내가 하련은 싫었다. 뒤로 멈칫 가려다 숨을 가다듬고 그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보고하라 한지가 언젠데 이제 오는 거야? 왜 그랬는지 똑바로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문해가 소리를 지른다. 하련은 순간 몸이 움츠러들며 눈을 감는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확인 전염병 수술이 진행되는 수술실 관리를 경험이 없는 간호사들에게 맡기고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가 우선이야, 보고가!"
문해는 하련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
"보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피 튀기는 현장에서 보고로 인해 수술이 지체될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 간호사와 의료진이 있는데 그때 보고를 먼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한테 그 정도 재량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뭐? 옳지 않아? 재량?"
문해가 눈을 치켜뜨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하련을 쳐다보며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 비릿한 향내가 하련의 코끝을 감싼다.
"하련 간호사 뭔가 착각한가 본데, 이 SWEL슈퍼바이저는 나야, 당신이 아니라고, 보고가 우선이고 지켜야 할 절차가 있는 거야. 당신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야."
하련도 지지 않는다.
"저는 형식보다 본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안전하게 수술을 마무리 지었으면 된 거..."
"야. 너 미쳤어? 네가 슈퍼바이저야? 네가 이 병원 책임자냐고. "
"실무에서 제가 상황을 판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착각하지 마, 너 사고 쳐 놓고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다는 거가 참 놀랍다. 어떻게 슈퍼바이저의 지시를 거부하고도 그렇게 당당해? 사과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하련은 입을 다물었다. 수술한 환자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의 안전을 위해 그녀는 올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문헤와의 의견은 수평선을 걷고 있었다. 그와 절대 의견이 좁혀지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때 홀로그램 시스템이 울린다.
"아, 나가봐. 그리고 이번 인사철 돌아오니 몸조심하라고."
문해는 하련에게 말하며 급히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그 방을 빠져나오는 하련 뒤로 SWEL의 이사회중 한 명이 나타난다. 하련이 낯익은 얼굴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하련이 맥주를 마시며 읊조린다.
"젠장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하련이 특별히 영웅심리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환자와 동료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슈퍼바이저는 보고가 우선이다. 그래 그런 사건으로 나의 인사고과는 빵점이겠다. 저 멀리서 문이 열리고 정문이 온다.
"괜찮아? “
정문이 묻는다
"너 때문에 혼났어. 왜 자꾸 수술을 키우는 거야? 네가 자꾸 어려운 수술 하니까 내가 자꾸 들어가게 되잖아. 신입 간호사를 넣을 수가 없어."
"미안해."
정문이 멋쩍은 듯 맥주를 들이켠다.
"..."
"또 문해랑 한판 했어?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래."
"그놈의 보고 보고, 누구 못 봐서 죽은 귀신 붙었나 봐. 야, 너도 조심해 자꾸 VIP 수술 먼저 안 하고, 응급수술에 들이미니까 위에서도 안 좋게 본다고. 마취과도 점점 힘들어해."
"알았어. 하련 너나 걱정해. 문해랑 요즘 자주 부딪히잖아."
"쥐새끼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고양이를 문다고. 근데 그거 알아? 쥐새끼가 아니라 살쾡이었던 거."
정문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하련도 씁쓸하게 웃는다.
정문과 하련은 동병상련을 느끼며 맥주잔을 부딪힌다.
"하련은 외유내강이지. 말 안 해도 내가 응원하는 거 알지?"
하련이 은은히 미소를 짓는다. 두 개의 행성은 오늘도 하늘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