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먹는 김장김치는 꿀맛.
"할아버지 우리 아빠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할아버지께 소주 한잔 따르며 말한다.
부끄러울 땐, 살포시 가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린다.
"할아버지 우리 아빠엄마 지금처럼 행복하게 지켜주세요"
매년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간다.
처음엔, 산소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리고 매년 심은 나무.
철쭉, 구찌뽕, 대추, 복숭아, 매실, 자두, 두릅.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아버지는 여기서 지극정성으로 하나씩 하나씩 가꾸어 나가셨다. 결국, 퇴사 후 농사꾼으로 변신까지 하셨다. 처음엔 하나씩 늘리시더니, 우리 아버지가 원하는 낙원이 이루어졌다. 우리 부모님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아버지와 사위는 농막을 멋지게 꾸며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건 부모님이 다 농사지어 주신다.
봄에는 봄나물 뜯으며, 아버지는 흥이 나신다. 일열로 쫘악 맞춰 각지게 농사지어놓는 우리 아빠. 조금도 흩트러짐이 없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우리 아빠.
엄마는 쑥으로 쑥떡을 해주고, 두릅, 온갖 나물은 아이들과 먹으라며 한가득 주시네.
사위와 딸과 함께 산나물 뜯으며 아픈 줄 모르는 우리 엄마.
오늘따라 기분이 좋으신지 다리가 가벼우신가 보다.
이슬비 맞아 파릇파릇 새싹이 쏙 나오는 계절. 오늘따라 봄비 맞은 산은 더 정겹다.
여름에는 아이들과 휴가를 이곳에서 보낸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따로 있을까. 바로 여기가 휴양지로는 최고다.
물놀이 위해 풀장설치하고, 빠질 수 없는 고기, 그리고 캠핑.
우리 아빠는 땀 흘리며 하나씩 설치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 마음도 즐겁다 하신다.
우리 아빠 엄마는 아이들 보는 재미로 사신다. 특히 3호, 4호를 제일 좋아한다. 아이들의 애교가 사르르륵 녹나 보다.
가을에는 빨갛게 익어가는 감과 고구마 수확철.
감나무에 감이 옹기종기 많이도 달린다. 꼭 해마다 한 가지 꺾어 홍시 해 먹으라며 주시는 아버지. 정이 철철 넘치시며 내 마음도 정겹다.
우리 집은 고구마를 사 먹은 적이 손꼽아 몇 번 없다.
직접 아이들과 고구마체험도 이곳에서 시켜준다. 막둥이가 1년 중에 제일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뒤풀이 노릇노릇 삼겹살.
갈 때마다 빠질 수 없는 삼겹살은 대용량으로 사서 가도 후다닥 순식간에 없어진다.
겨울에는 빨간 고운 햇고춧가루로 담그는 김장.
아빠가 지극정성으로 키운 달고단배추와 무.
배추는 씻어서 그냥 쌈으로 먹어도 달고 아삭아삭하다.
그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비비는 김장. 우리 엄마 손맛, 아이들도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손맛.
아궁이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 솥뚜껑을 열어 고깃덩어리를 넣고 불을 짚이는 아버지.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수육, 시끌벅적 김장이 끝난 후 먹는 고기맛이 아직도 그립다.
어쩜 이렇게 농사를 잘 지으시는지, 걱정도 되지만 마음이 즐겁고 편안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흐뭇하다.
우리 신랑과 나는 뒷산에 올랐다. 이게 낙원이었을까?.
산에 올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이가 들면 이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쉬움이 남는다. 김장김치, 수육에 먹는 맛은 추워도 무언가 뭉클하면서도 따뜻해져 온다.
우리 아빠엄마의 손으로 지은 농사가 풍년일세.
365일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짓는 우리 부모님 덕에 내 마음도 노랗게 익어갑니다.
당신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땀 흘려지은 농산물.
그리고 추억과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