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병원에서 4.7

by 이경주

나는 간병사!

살다 보면 단호한 말 한마디에 꼼짝 못 하고 따라야 할 때가 있다. 그가 의사라면 더욱 그렇다. 이스라엘 병원에서 졸지에 간병사가 됐다. 성지순례 넷째 날 환자 L과 퇴원 수속을 마치고 텔아비브벤구리온 공항에 왔다. 인천행 비행기 탑승 절차를 개시하기를 침통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순례 길이 눈앞에 활짝 펼쳐졌지만, 한 걸음도 밟지 못한 채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이 기분. 머릿속이 하얗다. "투어는 안된다 일행 순례가 끝날 때까지 입원하던지, 한국으로 돌아가라, " 닥터의 엄중한 이 한마디에 일말의 저항도 없이 인천행 비행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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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팀은 갈릴리 순례를 하고 있겠지! 우린 공항 이륙했다. 긴 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아침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3월 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쫙 측은 지심인 듯 포근하다. 비행 중 환자에게 아무 일 도서 없었다. 말없이 짐을 찾는 두 사람 얼굴 마주 보며 피식 웃다. 손을 굳게 마주 잡고 "애썼어" 이 한마디로 서로 위로하다. 부산행 출구로 가는 그에게 "도착하자마자 전화하고 병원부터 가 " "그래 알았어"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흠칫 놀라 정신 차리고 공항 철도로 집에 왔다. 현관에 막 들어서는 찰나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엄습하는 이 허전함, 알차게 준비했던 이스라엘 성지순례 8 박 9일 은 간병사로 2박 3일로 끝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투어 컨덕터 부부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만큼은 인솔 자 되기 전부터 아껴 둔 곳이다. 평생 크리스천으로 살았는데 노후에 부부가 좀 더 의미 있는 순례를 하려고 했다. 근데 지금은 비즈니스 부부로 마음대로 안된다. 남편은 이미 여러 번 다녀왔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인솔자로 처음 밟을 땅 기쁨과. 책임감에 두 주먹 불끈 파이팅!, 고객은 측근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목회자, 지인 부부, 교우, 연령 층은 3. 40 대부터 70대 이상 최고 고령은 본인이다. 부산. 논산. 제천. 서울 등에서 28명이 모였다. 흔히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 다고 한다. 순례 팀은 4번 강의시간이 있었다, 아마도 한결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성경 말씀 그 자체가 활동사진처럼 클로즈업되어 실감 날 것이다. 기독교 성지 순례라 함은 이스라엘, 크리천이라면 이곳 순례가 평생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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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설레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2016년 3월 순례팀 전원미팅했다."만나서 반가워요" 짤막한 인사를 시작으로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했다. 대한항공 15시 출발 텔아비브공항에 21시 도착한다. 비행기는 휙 붕 상공으로 올랐다. 슬쩍슬쩍 고객들 상황을 살펴보니 모두 편안한 자세 흐뭇한 표정이다. 일단 안심하고 나도 자리를 찾아 앉았다. 부산에서 온 지인 L 은 내 앞 줄에 앉았다. 그와의 첫 만남은 25여 년 전 모 교단 연합회에서다. 남다른 우정이 싻터 어느새 편안한 단짝이 됐다. 요식업을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그래도 여행은 잘 간다. 특히 내가 가는 여행 중 안 간 곳이라면 열일 제쳐 놓고 동행한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만큼은 일찍 감치 벼르던 곳인데 갈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가게 돼서 다행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대한 항공을 신뢰한다. 기내에서 필요한 물품은 요구하는 데로 준다. 2번의 기내식과 간식도 만족하다. 비행 12시간 길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 놓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다. 텔아비브에 도착하면 늦은 밤 가이드 미팅 후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예루살렘 s 호텔에 도착, 첫날 첫 시간 호텔에서 푹 쉴 수 있어서 좋다. 어느덧 비행기는 하강, 텔아비브 상공에 접근 아마도 20여 분 후 착륙하게 될 것이다. 이때다 L 나를 향해 다급한 어조로 뭐라고 한다. 벌떡 일어나 그에게 가보니 피투성이다. "어머나 피! 웬 피야? 코피!?" 황급히 승무원을 불러 "탈지면, 탈지면 주세요." 부랴부랴 갖다 준 화장지로 재 빠르게 조용히 처리했다. 그 와중에 비행기는 꿈에 그리던 땅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나니 감개무량하다. 짐 도 찾고 입국심사도 끝났다. 인상 좋은 현지 가이드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전용 버스에 올랐다. 예루살렘 까지 단번에 왔다. 호텔 체크인 하고 각자 룸으로 들어갔다. "나도 L과 룸에 들어와 내일 일찍 이동할 생각으로 짐은 살짝 풀고 짧지만 깊은 잠을 청했다.


이른 새벽이다. 뭔가 이상한 예감에 잠이 깼다. 어둠 컴컴한 주위를 살펴보니 L 이 쏟아지는 코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 때 "퍽 콸콸" 쏟아지는 피 덩어리까지 무섭다! "어머나 이 일을 어쩌지"? 허겁지겁 우선 방에 있는 화장지를 몽땅 쓰고 손수건까지 한참 소란을 피우고 겨우 지혈 됐다. 조심스럽게 "혹 혈압 높은 것 아니니" 하고 물었다.

"아니야 오기 전에 다 검사하고 왔어"

“그래~" 불길한 예감이 온몸에 소름이 쫙~ 마침 L의 의사 사위가 생각났다. 우선 전화로 이 사정을 상세히 물어봤다. 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이 말에 일단 안심하고 허겁지겁 식당으로 갔다. 우리 팀은 벌써 간편한 옷차림 뿌듯한 표정으로 이스라엘의 푸짐하고 싱싱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우리도 태연하게 그 사이에 끼어 정신없이 먹었다.


와! 좋은 아침 눈부신 햇살이 반겨준다. 꿈에 그리던 순례 길이 아닌가! 가이사리아, 갈멜산, 므깃도, 나사렛, 가나 오늘의 일정이다. 모두 전용 버스 올랐다. 고객들은 거의 초면이라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몇 사람하고 나니 버스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신하고 있다. 이 찰나 L 이 코피가 또 터졌다. 순간 실내는 왁자지껄했다. 사실 나 혼자 알고 있었지만 벌써 3번째다. 이쯤 되고 보니 지혈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방정맞은 생각, 아니야 얼른 떨쳐버렸다. 가이드와 몇 분과 의논하여 현지 회사 사장께 연락하니 병원에 가 보자고 한다. 택시 타고 어디까지 오라고 한다. 아마도 사장과 중간 지점 같다. USD 150 택시 요금이 나왔다. 비싼 것인지 거리가 먼 곳인지, 개의치 않았다. 다행히 한국인 사장을 만나서 안도할 수가 있었고 의지가 됐다. 여기는 지대가 높아 산소가 부족하여 순례자들이 왕왕 코피 터지는 일이 있다고 한다.

겁에 질려있는 우리에게 살갑게 안심시키며 L 도 그런 이유일 거라며 탈지면을 엄청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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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봄기운이 파릇파릇, 사람들의 왕래도 뜸한 평화로운 곳, 동산을 몇 개 지나는 동안 사장과 많은 대화를 했다. 근데 이럴 수가? 몇 년 전 수련회 강사로 초빙했던 K 목사 매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참으로 놀랍다, 그래서 세상은 넓고 좁다고 했던 가! 아무튼 더 든든하다.


시내 중심 병원에 왔다. 얼핏 보니 큰 병원이다. 시설도 좋고 북적북적하다. 순간 우리 순례 팀 생각했다. 뭐 잘 진행되고 있을 거야! 억지로 태연 한 척한다. L과 바로 응급실로 갔다. 오랜 시간 이것저것 검사하더니, 일단 입원하라고 한다.

"네 뭐 입원이라고요!?". 어처구니없다.

이런 일도 있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순례 첫날부터 아연실색했다. 사장은 환자를 응급실에 입원시켜 주고 갔다. 새벽 2, 3시까지 의료 진 몇 이 심각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세밀하게 정성을 다하여 진찰한다. 환자는 우선 안정을 취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침대 모퉁이에 걸 터 앉아 밤이 새도록 환자 걱정, 순례팀 걱정, 기도에 열중할 뿐, 도무지 이게 꿈인지 생 신가 얼떨떨하다. 뜬 눈으로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날 아침 여기저기서 전화만 빈번할 뿐 아무런 대책은 없다. L 은 아직도 세상모르고 평온한 얼굴로 꿈속을 헤맨다. 아니 신나게 순례할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난 왜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단 말이냐? 서글프다. 아니 이만한 게 다행이지 오히려 감사했다. 오후가 되니 지루하고 답답하다. 이때 웬 낯선 한국 청년이 우리 쪽으로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인사한다. 회사 아르바이트 유학생인가 보다. 흔한 말로 구세주를 만난 듯, 학생도 우리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가 가져온 간식으로 배를 채우며 잠시 이 상황을 벗어나 양국의 궁금 함을 이야기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다.


지금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말이 안 통하니 꿀 먹은 벙어리, 다만 의사의 표정으로 병세를 가늠할 뿐이다.

그래도 내일은 순례할 수 있겠지? 기대를 걸고 눈치만 살핀다. 근데, 뜻밖에 의사의 엄중한 말 한마디,

"투어는 안됩니다. 일행 순례가 끝날 때까지 입원을 하던지 한국으로 돌아 가십 시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묘한 내 처지 그럼 환자 혼자가 나? 아니 인솔자와 같이? 난감하다. 잠시 멍! 그럼 순례 팀은? 머리가 복잡하다.

사실 팀은 성지순례에 한 관록 있는 팀이다. 현지 가이드와 일정표 대로 진행 하기에 손 색 없다.

결론은 이 미 나있다. 실의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오히려 팀원들의 위로와 양보로 인천행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아! 그러게 인간사는 한 치 앞을 모르는구나!.


야무지게 계획했던 성지순례는 비록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하고 허망하게 끝났지만 이 이상의 불상사가 없어 다행이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인솔자의 역할이 새삼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팀에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두 사람이 빠졌을 뿐 하루 이틀 지나면 누가 빠진 것조차도 까맣게 잊게 된다. 무난히 해결한 것 같다 물론 허망한 것은 사실이다. L도 같은 생각이었겠지, 최선의 선택이었다 팀은 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그 후 L 과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또다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꿈꾸는 멋진 투어 컨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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