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H 전통 시장이 좋다. 이웃에 현대인들이 엄청 좋아하는 대형마트 3 곳이 있다. 물건 많고 쇼핑하기에 편리한 곳이다. 그래도 내게 익숙한 곳은 전통 시장이다.
결혼 초부터 55 년 이상 다녔다. 게다가 젊어서는 교회 일 까지 했으니, 얼마나 많이 드나들었겠냐! 아무 때나 무엇이든지 쪼르르 달려가 쉽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여기 아니면 물건 못 사는 줄 착각하는, 고집불통 우물 안 개구리다.
그동안 몇 번 이사하여 시장이 멀어졌다. 승용 차로 왕복 50여분 거리다. 차가 없으면 아예 무거운 것은 살생각조차 안 한다. 나는 운전도 못하니 정말 불편하다. 다만 계획을 세워 남편, 아니면 아들에게 부탁 동행할 수밖에 없다. 정 급하면 지하철로 혼자 갈 때도 종종 있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거의 낯익다. 기름 집, 과일 집, 고기 집, 생선 집 등. 이외 단골 집도 많다. 오다가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빈 손으로 왔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정든 시장이다,.
특히 야채 집 아주머니는 내 성격까지 잘 알아서 편리하다. 며칠 후 큰 여행 행사가 있어 김치 거리 사려고 야채 집에 왔다. 오자마자 확 눈에 띈 것, 마치 성경에 언급 한 극 상품 포도나무 생각이 났다(이사야 5장 1~3) 왜? 바로 극 상품 총각김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와! 너무 좋다 다 팔리기 전 빨리 사자!"
"아주머니 이거 한 단에 몇 명 먹을 수 있을까요?"
"글쎄? 아마도 열 명 이상은 먹겠지요!”
“그래요, 그럼 열다섯 단 다듬어주세요, 내일 가지러 올게요"
“아니! 김장도 아니고 제철이 아니라 비싼데, 왜 이렇게 많이 사요?”
“비싸도 괜찮아요,”하고 150명 이상 먹을 것을 주문했다.
이튿날 총각 무 찾으러 왔다. 6월의 짙푸른 싱싱한 무청, 야들야들한 뽀얀 햇 무, 그냥 하나 뚝 잘라먹어 도 맛있겠다.
. "어쩜 이렇게 깨끗하게 다듬었어요! 힘드셨지요?”
"그러면요!, 허리가 아파요.”
“수고하셨어요.”
남편하고 왔으니 겁날 것 없다. 15단 거뜬히 싣고 왔다. 집에 와서 보니 대단하다. 왜 이렇게 많이 샀지? 보기만 해도 겁난다. "너는 손이 큰 게 문제야 " 지인들의 말 이 생각났다.
분명 잘 다듬어 주었지만, 누런 잎이 가끔 눈에 띄어 한 번 더 손질했다. 김장 때나 사용하는 큰 양동이 둘에 절이고 씻기까지 허리가 끊어진다. 한입에 쏙, 애 끼 손가락 만하게 잘랐다. 시간도 꽤 많이 갔다, 드디어 태양 초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을 넣고 있는 힘을 다해 버무렸다.
새 빨강 총각김치 일명 알타리라고 도 한다. 비록 내 손으로 했지만 보기만 해도 '꿀꺽' 군침을 자극한다, 화끈화끈 한 내 얼굴 보나 마나 새빨간 총각 무 닮았겠지!. 70이 넘도록 이렇게 많은 김치 담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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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웃에 사는 며느리가 왔다.
“어머니 이게 뭐예요?"
"왜 이렇게 많아요!?" 하고 깜짝 놀란다. “먹음직스러워요!"
“그래, 마침 잘 왔다. 간 좀 봐라” 네 얼른 하나 집어 먹더니
"어머니 환상이에요!" 엄지손가락을.... “지금 바로 밥하고 먹어도 맛있겠어요, 간도 딱 좋아요.”
그 말에 나도 다시 먹어봤다. 이제 간이 맞다. 역시 우리 고유의 깔끔하고 칼칼 맛! 익으면 더 맛있겠다. 지퍼 팩 15개에 담았다. 며느리도 한 팩 주었다. 하루 지나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 삼 일 후 백두산 여행 갈 준비는 다 한 셈이다. 새콤하게 익은 김치를 먹고 얼마나 좋아할까? 지금부터 흥분된다. 빨리 가서 맛 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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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나라든 식당에 김치가 있다. 20년 전 만 해도 없었고,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고생 많았다. 여행 2, 3일 지나면, 나를 비롯해서 김치 타령을 한다.
먼 옛날 귓전에 번 뜻 스쳐 간 생생한 말 한마디,
엄마는 김치 공장 하면 맛있어서 잘 될 것 같다. 중년이 된 아들 중학생 때 온 가족 식탁에 둘러앉아 무심코 한 말이다. 그렇다 이제라도 그 실력 한번 발휘해 보자.
"투어 컨덕터"인 나는 이때부터 특별 서비스로 "총각김치를 하기 시작했다.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맛있는 총각김치. 국물도 별로 없어 휴대하기도 괜찮다. 중국 동남아 때론 아프리카까지,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 고객에게는, 어느덧 최상의 선물, 최고의 인기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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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모 교단 지방 회 70주년 기념으로 목회 자 와 평 신도 연합 수련 회 가 있었다. 154명 4박 5일 인천국제공항 출발 아시아나, 대한 항공으로 나눠 탑승, 중국 대련 도착 후 전용 버스로 일정이 전개 됐다.
드디어 셋째 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백두산 등정 천지를 보러 간다. 여행은 언제나 날씨에 민감하지만 제발 오늘은 목숨 건다. 눈을 뜨자 창 밖 하늘을 보니 '쨍' 하고 해 뜰 날은 아니다. 해와 구름이 이미 숨바꼭질하기에 바쁘고.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나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호텔 조식 후 전용 버스 5 대 일렬로 이동한다. 지난해 태항산 갈 때 끝없는 누런 밀 밭이 있더니 지금은 옥수수 밭이라 한다.
4시간 달려와 서파 매표소에 도착, 입장권 구입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지그 재그 울퉁불퉁 길 양 옆에 아직 잔 설 이 보인다. 춤 다고 얼굴만 살며시 내민 파란 들 풀 수줍은 듯 우리를 반긴다.
4, 50분 달려오니 와! 눈앞에 백두산 올라가는 1442 계단이 보인다. 이때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우르르 쾅, 진눈깨비까지 최악의 날씨다. 우의를 입으니 그나마 누가 누군지? 하하! 허탈한 웃음만, 미끄러워 한 계단 식 기어 올라간다. 언제 저 계단을 다 올라가지? 몇 계단 올라가다 쉬고 연 거푸 이렇게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에이 그만둘까!? 근데 이따금 눈에 띈 푯말이 재밌고 슬며시 희망을 주었다. 그 바람에 일행 몇이 끝까지 성공했다.
이윽고 사방에서 우렁찬 "비바 백두산" 계속 메아리친다. 간절했던 천지는 못 봤지만 완주에 만족 그래도 즐거웠다. 온몸이 땀 범벅 된 채 하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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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혼신을 다한 총각김치, 그동안 호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오늘 가지고 나왔다. 점심시간에 맛을 보여 줄 때다.
마음 한구석에 야릇한 기대와 설렘 숨길 수 없다. 식당에 들어오니 어느새 라운드 식탁에 10,12명씩 자연스럽게 앉아있다 새 빨간 총각김치, 멋진 큰 볼에 푸짐하게 담겨 식탁 중간에 보란 듯이 뽐내고 있다.
식당은 이미 김치 냄새로 진동 들어오는 사람마다
“와! 김치다! 김치" 어린아이 같이. 김치 먹을 생각에 모두 부풀었다.
먼저 들어온 몇 사람, 서둘러 김치 맛을 보고 호들갑,
“야 끝내주네 바로 이 맛이다!”
"며칠 만에 먹는 김치냐!"
"느끼한 중국 음식에 환상의 궁합이네!"
"김치 더 주세요"
"아직 맛도 못 봤는데"
사방에서 떠들 석 하다. 김치는 넉넉하니 겁날 것 없다. 달라는 대로 한 그릇씩, 직원 서너 명이 발 빠르게 움직여도 미쳐 대 주지 못한다. 나도 일회용 장갑을 끼고 거들었다. 생전 김치 못 먹어본 사람들 같다. 웃느라고 제대로 못 먹는 사람도 있다.
“서울에서도 못 먹어 본 총각김치 정말 맛있어요!”
“예술이에요!
“어쩜 이렇게 맛있게 담았어요!"
"지금 딱 알 맞게 익었어요"
남녀 불문하고 한 마디 식 엄지손가락을 보인다.
일찍 암치 김치 그릇을 비우고 그릇에 묻어있는 김치 국물까지 혀로 핥고 있는 멋진 사나이 이 광경에
"하하 킼킼" 배꼽 빠진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이렇게 좋아하니, 나는 얼마나 좋겠어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김치 거리 사다 놓고 힘들어했던 생각은 까맣게 잊고 지금 난 정말행복하다. 어느 고객은 아내에게 이솜 씨를 전수해 달라고 사정한다. 유쾌한 점심시간이다.
내 김치는 졸지에 “서울에서도 못 먹어본 총각김치"가 됐고 난 새로운 상표
“서울에서도 못 먹어본 총각김치"가 곧 출시될 예감에 희망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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