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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자 Jun 01. 2022

0. 프롤로그

야구장의 뚝순이

야구장의 스피커 '기자'. 

 

이제는 야구선수, 구단의 동향을 전해주고 분석하는 방법이 구단 콘텐츠, 일반인 전문가 블로그 등 여러 가지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나오는 기사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는 힘들고 대단한 직업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공놀이나 보고 좋겠다고 했다. 그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일이지만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성심성의껏 해왔다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딱 11년 전인 2011년 6월 1일. 야구기자를 갓 시작했을 때는 내가 '1인분'만큼의 일을 하지 못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5년차 안팎의 시절에는 계속 더 성장해야 하는데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10년차를 넘어가자 어떤 걸 더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불안증이 커지고 커져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우울증, 불안증의 증상 중 하나가 기억력 감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떻게 11년을 보냈는지 조금씩 떠오르지 않기 시작했다. 어떤 주제를 생각했을 때 그 주제와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분명 있었는데 누군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분명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직업인데 나 스스로가 그 소중한 경험들을 잊어버리다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나의 11년 야구기자 생활을 글로 남겨놓기로 결정했다.


많은 경로를 찾았지만 나만의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여기라면 나의 푸념도, 하소연도, 내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야구를 콘텐츠로 하는 글이 브런치에 많지 않아서 유입자가 많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몫 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부끄러운 일도, 이불킥하고 싶은 일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적어내려갔다.


혹시라도 야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이 글을 볼까봐 해가 갈 수 있는 선수, 구단은 대부분 무기명 처리를 해놓았다. 좋은 일, 특별히 언급해야 할 선수, 구단만 실명을 썼다. 이 글을 보면서 '아니 이게 누구란 말야'라고 생각하게 될 순간도 있겠지만, 그 사람, 그 구단의 문제점보다는 그때 당시 나의 심경에 더 주목하면서 넓은 마음으로 검색은 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가장 염려한 부분이긴 하다.


내가 했던 실수를 보고 "기자들이 그렇지 뭐", "기자가 이러는 사람들이었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대부분이 입사 2년차 이내의 초창기 실수였고 그 뒤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기자들은 나 같은 '뚝딱임' 없이 멋있게 기자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존경하고 닮으려고 하는 기자들이다. 다른 실수로 또다른 에피소드를 만든 기자들도 있겠지만 그들도 여전히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하늘 아래 펼쳐진 넓고 푸른 야구장. 그곳에 들어서면 요즘도 가끔 설렘이 나를 이끌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뭘 쓰지" 하는 고민의 시간이었다. 누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이끌어 기사로 만들어낼지 매일 머리를 감싸쥐었던 10년. 모든 걸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나를 성장시킨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풀어놨으니 조금은 즐기며, 웃으며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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