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사랑이 쉬워지는 계절
요즈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거 같습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지나가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그냥 오늘 하루 버티기 위해서 눈에 보이니 허겁지겁 산 플라스틱 컵 안에 커피
맛이 있든 없든 손이 얼든 말든 카페인 가득 채운 액체를 들고 출근하거나 연습실을 향하는 그 거리들
지나고 보니 놓친 게 너무 많은 시간들이었습니다 20-21살은 코로나가 터진 후 연습실과 왕십리 술집 거리밖에 남지 않은 기억 22살은 갑작스레 영화감독이 되고자 (주인공은 내가 되고 싶어 했지만) 광주로 내려가 1년 동안 뮤지컬을 했던 기억 23살 지금은 가족이 되어준 S.D.F 에서 팀 생활을 하며 버거운 연습만 반복했던 기억들
내게 남은 건 연습 아니면 돈을 좇은 기억들 밖에 없으며 머리 안에는 연습실에 나른한 노랑빛 조명 아니면 무채색 밖에 남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자그마한 사건들과 사람들은 정말 진한색을 갖고 마음 깊숙이 돌아다니고 있지만요
겨울은 저에겐 항상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지만 한 해를 허투루 보낸 거 같아 우울 가득한 한탄만 연거품 내뱉으며 머물렀던 사랑들을 여러 번 탓하며 "그래도 제야의 종소리는 들어야지 새해니까"라는 말로 작은 화면으로 마음이 울리지도 않는 종소리를 멍 때리며 연말을 마무리했던 저에겐 겨울이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2024년을 시작하고 10월 즈음 가을 옷을 사야 하나 싶을 때 즈음에 찾아온 선물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커피입니다 갑자기 웬 커피냐고요? 사실 책, 술, 글쓰기 많은 것들에 취미를 들이다 내가 오래 즐기며 진득하게 글과 곁들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첫 문단에 적었던 "커피"가 떠올랐습니다
그냥 사 먹었던 커피가 와인과 같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니 바 테이블에 앉으면 맡아보라고 주시는 원두들과 그 안에서 나오는 단향과 꽃향 그리고 시음은 사실 와인과 거의 유사하며 맛 또한 온도가 달라지며 변해가는 그 과정이 24살 저에게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바리스타 가 주는 말의 어조와 분위기 그리고 제각각 다른 카페에 색감 마지막으로 코 끝 시린 날씨에서 주는 따뜻한 온도였습니다 그리고 글을 곁들이면 "아 왜 카페에서 굳이 책을 꺼내고 작업을 하는지 이제 알겠구나"라고 속으로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새 굳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굳이 를 진짜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었거든요 "굳이 왜 놀러 가야 해?" "굳이 사서 고생해야 해?" 습관처럼 입에서 뱉어대던 "굳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의미 없는 행동들로 감정이 흔들리는 과정이 역겨울 정도로 싫었거든요 하지만 그 짧은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동안 어떠한 계기로 글을 쓰고 글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집에서 와인 한잔 곁들임을 가지는 시간을 '굳이' 내어보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에 '굳이' 일어나 밖에 한번 더 돌아다녀 활동적인 생활을 해보고
사람들을 대할 때 '굳이' 좋은 말 한번 더 해보고
굳이 = 1. 단단한 마음으로 굳게 2. 고집을 부려 구태여
2번이 1번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나를 행복으로 이끌었다고 굳이를 그 누구보다 좋아했었는데 따라오는 감정들이 굳이를 정말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겨울은 참 사랑이 쉬워지는 계절인 거 같습니다 떨어지는 온도를 지키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들에 체온을 나눠 가지고 싶은 욕심이 그 과정에서 한번 더 눈 마주치는 과정이 참 굳이죠?
굳이를 마음껏 사랑하고 행합시다 그리고 이번 겨울 마무리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아니면 스스로에게 마음껏! 충분한 온도를 즐기다 2025년을 마무리합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