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14)] 베트남에 머물다

베트남에서 십자가 배달하기

by 고미사

어린이집에서의 실습을 마치고

베트남 하노이에 가게 되었다. 수도원 소속 한분이 하노이에서 일을 하고 계셔서, 수도원으로부터 그분을 도와드리면서 두 달간 지내는 미션을 받았다.


베트남이란 어떤 곳일까?

하롱베이나 다낭, 호찌민 정도만 들어본 것 같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베트남으로 떠나게 되어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집 주소로 향했다. 집은 공안들이 상주하는 파출소 바로 옆에 있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로 인해 종교와 관련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허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적응해 나갔다. 쌀국수도 먹고 이웃분들께 초대받아 가기도 했다. 베트남 성당에 미사 보러 가는 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정숙과 공경의 의미로 모두 팔짱을 끼고 서 있는데, 팔짱 낀 모습이 공경과 예절의 의미라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적응해 가던 도중,

중요한 미션 한 가지를 받았다. 함께 지내던 분이 단기출장을 나가게 돼서 택배를 나 혼자서 받아야 하는 미션이었다. 그 택배는 '나무십자가 하나'가 들어있다고 했다. 택배는 집으로 곧장 오는 게 아니라 하노이 버스터미널로 찾으러 가야 했다. 버스터미널 까지는 시내버스로 30분 정도만 가면 돼서 걱정 없이 터미널로 향했다.

'그냥 택배 하나 가져오는니까 문제없어'


터미널에 내려서 드디어 택배를 받았다.


'말도 안 돼!!!'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십자가는 높이가 2m에 족히 20kg는 넘는 통나무 십자가였다. 그리고 포장은 그냥 박스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는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누가 봐도 대놓고 큰 십자가였다. 이 십자가와 함께 시내버스를 탈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suv형 택시를 불렀다. 십자가를 실으면서 운전기사는 신기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민망한 시선을 맞으며 집 근처 큰길에 내렸다. 앞으로 작은 길로 5분 동안은 걸어가야 했다. 2m 나무 십자가를 지고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맞으며 거리를 걷는 느낌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집 앞에서 공안들을 만났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로 웃으며 인사했고 그들도 웃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들도 십자가라는 걸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들이 의심을 취하는 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날 저녁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십자가와 함께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떨렸던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베트남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이 글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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