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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 아니면, 제발 안전운전 하세요

실제 사고 생존 조건 반영해 설계

by 사람인척

우리는 평소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몸이 얼마나 연약한지 잊곤 한다. 충돌 한 번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의 신체는 그 상황을 견디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 조각상이 등장하며 이 사실을 아주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 얼굴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레이엄(Graham)'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이다.

그레이엄.png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이 조각상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교통사고위원회(TAC)가 교통안전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캠페인의 핵심 인물이다. 해당 기관은 조각가 파트리샤 피치니니, 외상 전문 외과의사, 교통공학자와 협업해 ‘실제로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체’를 상상해 조각을 만들었다.


2025년 4월 3일, 영국의 타일라(Tyla) 보도에 따르면 이 조각상은 다시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그 기이한 모습에 사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섬뜩함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으니,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는 캠페인의 의도를 뚜렷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레이엄은 인간의 신체 구조가 가진 한계를 철저히 반영한 존재다. 그는 목이 없고, 얼굴은 평평하며, 귀나 코처럼 돌출된 부위가 거의 없다. 이는 교통사고 시 가장 먼저 손상되기 쉬운 부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다. 머리는 두껍고 액체와 인대가 더 많이 들어 있어 뇌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그레이엄3.png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사고 충격을 흡수하는 ‘살덩이 보호장치’


외모만이 아니다. 그레이엄의 가슴에는 일반 사람보다 훨씬 많은 연부조직이 덧대어져 있어 에어백처럼 작동한다. 갈비뼈 사이에는 살로 된 ‘완충 지대’가 설계돼 있어, 사고 충격이 내부 장기로 전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다리도 마찬가지다. 무릎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충격을 분산시키고, 다리는 길고 단단하며 마치 말굽처럼 생겨 사고 직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피부조차도 일반인보다 두껍고 내구성이 뛰어나, 도로 마찰로 인한 찰과상을 줄일 수 있게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사고 생존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몸이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본 대중의 반응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다.


“도대체 이걸 왜 만든 거지?”라는 반응부터 “우리 몸이 얼마나 약한지를 알려주는 강력한 메시지다”라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으니 운전할 땐 항상 조심하자”고 자녀에게 가르쳤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레이엄3ㄱㄷ323.png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그레이엄3ㄱㄷ.png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불편한 진실’ 시각화한 조각의 역할


그레이엄은 실제 사고 실험에 사용되는 더미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시각적 충격은 광고 몇 편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조각가 피치니니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서 사람들의 안전 인식을 일깨우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매년 수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치사율은 OECD 평균보다 높고, 특히 보행자 안전 측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서 그레이엄은 단순히 외국 사례에 머물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인간은 충격에 약하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교육적 수단이 절실하다.

그레이엄2.png 그레이엄(Graham) [사진 = TAC/Patricia Piccinini]

우리의 몸은 사고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다. “인간은 교통사고에 대비된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운전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과학적으로 이상적인 ‘사고 생존 인체’의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사고의 대부분은 작은 방심에서 시작된다. 휴대폰을 보거나, 잠깐의 과속, 안전벨트 미착용 등 익숙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그 순간을 버티기엔 너무도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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