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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발 "건강차 열풍", 전 세계적 품귀 온 녹색 음료

SNS가 살린 말차 얼떨결에 당황한 일본

by 사람인척

-말차 인기 급상승에 전 세계 공급 차질

-틱톡 등 SNS 확산이 수요 폭증 주도

-일본 내 생산 증가에도 공급 한계


톡 쏘는 쌉쌀한 맛, 눈에 띄는 선명한 녹색, 그리고 “몸에 좋다”는 입소문.

최근 세계 곳곳의 카페와 마트에서 주목받고 있는 ‘말차(Matcha)’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 확산 중이다. 이른바 ‘녹색 건강차’ 열풍이 틱톡을 중심으로 번지면서, 수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소비자들의 반응만이 아니다. 생산지인 일본에서도 이같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버거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구매 제한을 두고 있으며, 수확 철을 앞두고 품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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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 타일라(Tyla)는 2024년 4월 7일 보도에서 “틱톡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해 퍼진 말차 열풍이 전 세계 수요 급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본 차 생산업체들은 재고를 확보하는 데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교토에 위치한 차 문화 체험 공간 ‘차즈나’에서는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해 말차 체험 예약이 수주 전부터 마감되는 상황이다.


말차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가루 녹차 형태로, 일본에서는 전통 다도 문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전통차가 현대식 음료로 변모해 우유, 시럽, 얼음 등과 섞인 ‘말차 라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 비주얼 중심의 음료는 SNS 인증 문화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맛보다는 ‘이미지’가 만든 열풍


이번 열풍의 핵심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다. 말차는 카테킨, 비타민 C, 항산화 성분 등 몸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마시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SNS 콘텐츠와 결합되며, 단지 음료를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형 차 브랜드 리프브랜드그룹의 우에키 후미 대표는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해 마시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세계에 말차의 효능을 제대로 알린다면, 수요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말차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8억 달러(한화 약 3조 7천억 원) 규모에서 2028년까지 50억 달러(약 6조 6천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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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려도 '시간이 걸리는' 녹색 가루


문제는 이러한 수요 급증에 비해 공급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말차 생산량은 3배로 증가했지만, 이는 여전히 전체 일본 차 생산량의 6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말차는 일반적인 녹차와 달리 수확 후 '텐차(tencha)'라는 중간 단계 찻잎을 별도로 가공하고, 이를 다시 정밀한 방식으로 갈아 가루로 만드는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단기간에 증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글로벌 일본차 협회는 올해 1월 공식 블로그에서 “봄 수확 전 겨울철 말차 재고 부족은 흔한 현상이지만, 이번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며 “고품질 말차는 여전히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심리적 수요까지 과열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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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유행이 아닌 새로운 일상 될까?


일각에서는 말차의 유행이 단기적인 SNS 트렌드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독특한 맛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소비’에 의존한 인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교토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말차 체험형 관광을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 콘텐츠로 확장 중이며, 젊은 농업인들이 말차 생산에 뛰어드는 등 새로운 산업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녹색 음료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건강 소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향후 생산 안정성과 시장 교육, 품질 관리 등 다양한 요소의 균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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