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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거 아녔어?" 아이가 많을수록 젊어진다?

육아와 뇌 노화와의 관계

by 사람인척

"아휴, 애 키우다 보니 머리도 하얘지고, 몸도 성치가 않네!"


주변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육아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밤잠을 설치고, 끊임없는 돌봄과 책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어느새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어진다.


피곤에 찌든 얼굴, 깊어진 주름, 희끗희끗 늘어나는 새치까지. 그래서일까? 아이가 많으면 그만큼 더 빨리 늙는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만약 그 반대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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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울수록 뇌는 젊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육아가 뇌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자녀가 많을수록 이 효과가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기능적 연결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기능적 연결성이란 뇌의 여러 부위가 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통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부모의 경우, 자녀가 많을수록 이러한 연결성이 더욱 활성화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육아가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0~69세 성인 3만 7천여 명의 뇌 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을 부모 그룹과 비(非) 부모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부모 그룹에서 사회적 유대감, 공감 능력, 운동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의 연결성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 아동연구소의 에드위나 오처드 박사는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며,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고,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며 "이러한 경험이 뇌의 유연성을 높이고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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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뇌를 젊게 만드는 이유

그렇다면, 왜 육아가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연구진은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끊임없는 정신적 도전: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이가 말을 배우고, 학교에 가고, 사춘기를 겪는 과정에서 부모 역시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 이는 두뇌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신경 회로를 더욱 활발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감각적 자극 증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다양한 감각적 자극에 노출된다. 아기의 울음소리,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 학습을 돕는 과정에서 접하는 새로운 정보 등이 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유대감 향상: 부모가 되면 자연스럽게 주변과의 관계가 확장된다. 같은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과 교류하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며, 가족과의 유대도 깊어진다. 이러한 사회적 연결은 뇌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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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니어도 뇌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부모가 아닌 사람들은 뇌 건강을 유지할 방법이 없을까? 연구진은 부모가 아니더라도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언어 학습,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두뇌를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사회적 활동 참여: 동호회 가입, 자원봉사, 친구들과의 적극적인 교류 등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규칙적인 운동: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건강한 식습관 유지: 가공식품과 당류 섭취를 줄이고, 뇌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 숙면은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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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희생이 아니다, 두뇌 건강을 위한 기회다

이번 연구는 부모가 되는 과정이 단순한 희생과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두뇌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육아는 분명 고된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는 더욱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뇌를 활발하게 유지할 수 있다.


"애 키우느라 늙었어"라는 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우리의 뇌를 더욱 젊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부모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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