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열매

앵두

by 꿈그리다

눈부시게 하얀 꽃을 떨군 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어느새 아파트 화단의 나즈막한 나무에

올망졸망하게 동그란 열매들이 달렸다.

무심한 바람과

유월의 햇살이

그 열매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동그란 모양으로

예쁘게 자리 잡은 열매들은

한낮의 햇살샤워를 한바탕 한

드디어 붉은 자태를 드러낸다.

바로 주인공은 '앵두나무'!


오래전 여덟 살의 꼬마시절 나에겐

붉은빛 앵두가 마치

엄마의 루비 반지 같기도 하고,

엄마 손 붙들고 건너던 삼거리 건널목의

빨간 신호등 같기도 하였고,

달력에 표시해 놓은 내 생일의

빨간 동그라미 같기도 했다.

어느 날엔

선생님께서 그려준 시험지

채점 동그라미 같기도 하였고

때론,

펑펑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트리 끝에 달린

크리스마스 전구 같기도 하고

말갛게 투명한 붉은 열매에

햇살이 비출 때면

전래동화 주인공인

하늘로 오르는 용이

입에 문 붉은 여의주 같기도 하였다.



부드럽게 비추는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열매가

참으로 보암직, 먹음직스럽다.

앙증스러운 앵두를 보고 있자니

유년시절 동네 친구 K가 생각난다.


K 네 집 뒷마당엔 커다란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양지바른 뒷곁 한쪽에는

장독대가 있었고,

햇살 잘 드는 그 장독대 위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독이 뚜껑이 열린 채,

나란히 맑은 공기를 쐬며 제 맛을 익혀간다.


짙은 아카시아 향이 자리를 내어준 동네 앞산에

밤꽃향이 짙게 퍼질 무렵이면,

앵두나무에 열매들이

다닥다닥 자리를 잡고

서둘러 그 얼굴들을 발그레 물들인다.

하루가 다르게 그 붉은색이 깊어져 갈 때쯤

K와 나는 나무 소쿠리를 옆구리에 끼고

K의 집 뒷곁 앵두나무로 향한다.

푸른 잎을 살그머니 들추니

사이좋게 삼삼오오 달려있는 앵두들

삼삼오오 무리져있는 열매들

잘 익은 앵두는 열매 겉면이 얇디 얇아져서

조금만 손가락에 힘을 주면 쉬이 터지기에

살살 조심스레 따야 한다.

톡! 톡!

소녀들의 자그마한 손들이 열심히

빨간 보석들을 담아낸다.


K와 나의 손에 어느새

한가득 앵두알들이 모인다.

모인 앵두알들을

살살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하나씩 따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

우리에겐 그 어떤 간식보다

달콤했던 제철간식 '앵두'

비록 지금은 뒷마당 커다란 앵두나무가 아닌

아파트 화단의 나즈막한 앵두나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영글고 있는 초여름의 빨간 열매들이

소중한 나의 유년기의 추억을 가만히

품고 있는 듯하다.


유월의 열매- 앵두를 보며

글.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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