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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Sep 11. 2023

꽈리

그 수줍은 얼굴에 대하여( feat.Winter Cherry )

붉은빛의 절정 : photo by 꿈그리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었습니다.

오늘은 노을이 어떨까 궁금해서 발걸음을

밖으로 향했습니다.

여름 내내 초록으로 온통  뒤덮여있던 길 모퉁이

한쪽에 예쁜 열매가 눈에 띕니다. 

살포시 잎을 들춰내어 보니,

 봉그랗게 잔뜩 몸을 부풀린 열매가

조롱조롱 달려있네요. 

이틀 전 잠깐 내린 비에 흙이 튀어 흙범벅이 되긴 했지만 예쁜 색으로 물들고 있는 꽈리열매입니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어요.

숙성의 그라데이션 :photo by 꿈그리다

마음 급한 몇몇은 이미 빨갛게 익었네요.

그중 제일 잘 익은 두 개를 따왔습니다.

살살 흙을 털어내고 탁자에 올렸더니

가을 느낌이 물씬 납니다. 반질반질 윤도 나고요.

깨끗이 흙을 털어낸 꽈리열매: photo by 꿈그리다

나란히 놓인 꽈리 열매들은 마치

설날의 아이들의 복주머니 같기도 하고.

옛 정취 가득한 등불 같기도 합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꽈리가 좋은 장난감이었는데요.

꽈리 부는 데는 소질이 없는 저였지만

그래도 추억의 놀이는 기억이 나서

살살 꽈리열매를 열어 보았습니다. 열매의 결대로 하나씩 열어서 보니 예쁜 꽃 한 송이가

다시 피었습니다. 너무 예쁘지요?

어릴 적 울 엄마 옷깃에 달려있던 브로치 같네요.

사실 저 동그란 열매를 살살. 돌려 빼어 내용물을 없애고 그 열매로 꽈리를 부는 거예요. 동네 언니들이 연실 가르쳐주어도 제대로 소리 못 만들던 저입니다. 동그란 모양을 유지해야 꽈리 소리가 잘 나는데 안에 열매 과육을 꽈리열매가 찢어지지 않게 살살 빼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녔어요. 연신 옷소매에 터진 열매즙을 벌창 하기 일쑤였지요. 신기하게도 좀 큰 동네 언니오빠들은 꽉! 꽈르르~소리를 내며 꽈리를 잘도 불었지요.

 그 소리가 어찌나 부럽던지... 내 꽈리는 그저

후... 투.. 후.. 소리만 내다가 찢기고 늘 소리 내는 데는 실패하기 일쑤였습니다.

꽃처럼 활짝 펼친 꽈리 :  photo by 꿈그리다

어릴 저의 또 다른 기억으로는 벽 한쪽에 꽈리 열매가 줄기에 줄줄이 달린 채로 걸려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잘 마른 꽈리는 훌륭한 벽장식 소품역할도 했었습니다.

꽈리는 안에 품고 있는 열매가 체리 모습이기 하여

Winter Cherry라고 부르기도 하고,

Chinese Lantern 이라고도 한데요.

자세히 보니 

마치 열매 모습이 중국 등불 같기도 네요.

열매를 손에 살짝 쥐어보니 엄청 가볍고요.

가느다란 가지에서 꽈리열매들이

열심히 저마다 최선을 다해 서서히 익어가며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에요. 마지막 사진의 모습을 보면 꽈리의 색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수 있어요.

둥그스름한 양어깨와 뾰족한 꽈리 열매 끝자락을 따라가 보니 붉은 하트 모양이 그려집니다.

가을의 사랑 고백에

꽈리 열매는 더욱 붉게 물들고 있네요.

이제 곧 꽈리 열매가 더 익어가면 그 열매를 감싸고 있던 주머니가 새색시 면사포처럼

안이 보일랑 말랑 망사형태를 만들게 될 거예요.

하트모양의 꽈리: photo by 꿈그리다

가을이 익어가고 겨울을 기다리며

수줍음 많은 꽈리열매는

그 망사 면사포 안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을 겁니다.

소복한 흰 눈이 올 때까지

붉은 열매 곱게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안에... 너 있다.
니 맘속에 누가 있는진 모르지만
내 맘속에, 너 있어."
-파리의 연인 윤수혁대사 중
사진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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