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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Sep 17. 2023

가을숲 보물창고

가을맞이 세러머니

가을맞이 세러머니 by 꿈그리다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한 주였습니다.

빗줄기가 약해질 무렵 좋아하는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어느덧 산책길에는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는 잎들이 한 창입니다.

뜨거운 태양을 흠뻑 머금은 빨간 열매,

바람을 조심스레 품에 숨긴 씨앗들,

이 모두가 완연한 가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밤 불었던 비바람에 떨어진 여러 잎들과 열매들을 살며시 손에 챙겨 봅니다.

하나씩 줍다 보니 어느새 한 손이 모자라

쓰고 있던 모자에 조심히 담았습니다.

촉촉하게 가을비를 머금고 있는

예쁜 색들의 열매와 잎들!

참으로 비 내린 후의 숲은 보물창고입니다.

어떤 잎은 건강하게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지킨 채 색을 변화시켰고, 또 어떤 잎은 봄, 여름 내

갖은 곤충 친구들에게 자신의 잎을 나눔 했나 봅니다.

가만히 줄 세워 보니 그들이 살아낸 지난 계절들이 보이는 듯해요. 햇살을 끝까지 고루 받아 마지막 붉은 잎으로 떨어진 잎도 있고,

아직 여름의 초록 흔적을 고이 간직한 잎도 있고요.

친구 J에게 붉은 잎 하나를 찍어 보냈더니

"뭐야, 나뭇잎 왜 화났어?"

역시! 그녀도 제 마음을 읽었나 봅니다.

화가 나서 눈꼬리가 잔뜩 올라간 얼굴 같지 않나요?

훗! 여름 견디기가 곤혹스러웠나 봐요.

9월 초의 바스락 거리던 산책길은 이번에 내린 비로 적당히 촉촉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가을숲 보물창고에서 가져온 여러 열매와 잎으로

혼자만의 가을맞이 세러머니를 해보았어요.

강아지풀, 가시박꽃, 느티나무, 상수리열매, 등나무꽃열매, 벚잎들! 모두 출동입니다.

모두 함께 함성과 박수 부탁드립니다!

어서 와 가을아

가을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내빈으로 꼬마 달팽이님이 오셨네요.

너무도 작고 소박한 모습이라 하마터면 소개를 놓칠뻔했네요. 수줍어서 얼굴을 내밀진 않았지만 가을맞이 세러머니를 한껏 축하해 주었습니다.

늘 걷던 길인데 계절이 변하니 주변의 모습도 매우 다르게 보이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계절을 걷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계절을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 하나를 꼭 뽑아야 한다면

가을을 선택하렵니다. 매우 안정적이고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계절이라 좋아요.

계절이 보여주는 색감도 따뜻하고 포근해서요.

비가 지나간 자리를 저도 다시 걸어봅니다.

떨어진 잎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기며

또 찰박찰박 기분 좋은 산책길을 나아갑니다.

저마다 다른 색으로 가을옷을 입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같은 공기, 바람, 햇살, 비를 견디며 사계절을 맞이하는 잎들임에도 저리 다 다른 빚깔로 변하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하물며 같은 나무줄기에 있음에도 말이지요.  사람들의 인생도 마찬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모두 다 다른 외모와 개성으로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계절을 예쁘게 살아내시는 하루 되시길요.

                                            글. 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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