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풍경화

빗방울 그 다재다능함에 대하여

by 꿈그리다
여름비가 그린 풍경화 : photo by 꿈그리다

연신, 핸드폰에서는 지역 내 호우주의 알람경보가

울리던 하루!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자

나는 길을 나선다.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우산 하나 든 채로

우중산책을 즐기기로 결심!

찰박 찰박 빗물을 가르며 숲을 향해 걷는다.

숲에 가까워오자 나는 코를 높여 든다.

비 오는 날의 호사를 누리기 위한 준비 중이다.

세찬 빗줄기가 흠뻑 젖셔 놓은 황톳길의 흙향기

쭉 뻗은 푸른 잎이 빗물에 젖은 풀향기

이름 모를 꽃들이 촉촉한 빗물을 머금고

풍기는 그윽한 꽃향기,

강물에 빗물이 스쳐가며 선사한

물비린내 향마저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비 오는 날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비가 내려서인지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다.

쭉 뻗은 길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아쉽게도 산으로 가기 전 산책로는 까만 아스팔트!

반짝이는 산책로 :photo by 꿈그리다

비 오는 날의 특유의 향을 친구 삼아 길을 걷다 보면

빗방울들이 연주하는 5중주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다.

후드득! 후둑!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

바닥에 고인 물들이

부딪혀 내는 똑! 똑! 소리,

산기슭 도랑옆으로 콸콸 흐르는 소리,

빗방울들이 나뭇잎을 치고

수직낙하하며 내는 툭! 툭! 소리,

빗님들이 단체로

'쏴아' 하고 반주까지 넣어주면

여름비가 연주하는 5중주 완성!


국지성 호우여서였을까?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멈췄다.

비가 멈추자 예쁜 새들이 목청껏 노래한다.

마침, 새들의 점심시간인지

새들은 삼삼오오 모여 매우 바쁘게

땅 위를 풀 숲을 뒤져댄다.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진 후 새들은

더욱 바쁘게 날개를 움직인다.

부산히 움직이는 새들 :photo by 꿈그리다

잠시 구름사이로 슬쩍 얼굴을 내민 햇님 덕분에

산책로 위에 예쁜 그림이 완성되었다.

짙은 잿빛 아스팔트 위로 비치는 또 다른 풍경!

빗물이 여울져서 더 근사한 그림이다.

여름비가 그린 이 풍경화는 마치

섬세한 펜 드로잉 같다.

거꾸로 보이는 전봇대와 나뭇가지 그리고

물을 담고 있는 아스팔트 특유의 질감이

더욱 이 풍경화를 돋보이게 한다.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한 풍경.

지난번 흙 물웅덩이가 그린 그림과는

다르게 뭔가 hip 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향기도 제조하고

음악도 연주하며

그림도 그리는

여름 빗방울은 타고난 재주꾼이다.

글.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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