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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집에도 봄은 왔다.

4도 3촌. 제비와 동백꽃

by 샤이니


주인 없는 빈집에도 변함없이 봄은 와 있다


역시 따뜻한 남쪽나라 전라도이다. 화단에는 동백, 개나리, 목련, 명자꽃들이 피어있고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나무들도 수줍게 새잎들을 보여주고 있다. 텃밭에는 부추와 냉이, 머위, 상추, 쪽파등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생명체들이 각자의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자연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아이러니하게 힘들게 살아난 아이들을 우리는 겨울을 이겨낸 보약이라며 열심히 나물로 김치로 만들어 먹으며 신나 한다. 미안해! 너희들도 살려고 나왔는데~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제비도 벌써 와서 알을 품고 있다. 춥지 않을까? 다른 해보다 조금 빨리 온 거 같다. 제비에 관한 우리 가족들의 기대심리? 보상심리?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어느 해부터인지 제비가 집을 짓고 엄마 제비는 알을 품고 아빠제비는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먹이를 물어다가 6마리 새끼제비 입에 골고루 나눠 먹이를 먹여주는 모습이 신기하다. 우리가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부모는 알아보나 보다... 쌍둥이를 알아보듯이~



어미제비가 새끼제비에게 먹이 먹여주는 사진


한해도 빠짐없이 찾아주는 제비. 힘드니까 있는 집에 살면 될 덴데 매년 새집을 짓고 알을 품는다. 어떤 해에는 한해에 제비집을 두 채도 지었다. 그러다 보니 마루 위 천장엔 몇 개의 제비집이 생겼다.


우리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에 마룻바닥에 제비똥이 말라붙어 지저분하고 청소하려면 너무 힘들기에 한채만 남기고 다 없애버릴까 했더니 우리 딸 하는 말 엄마 그냥 두면 안 될까요? 우리 집이 많이 생길 거 같은데 한다. 그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뜯어 내질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말대로 되었다. 제비집 숫자만큼 우리 가족에게 집이 여러 채 생겨났다.


어려서 많이 들어왔던 흥부 놀부 내용 중에 제비다리 고쳐주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 씨 덕분에 부자가 된 흥부 이야기처럼, 몇 년 전 여름 우리 집에서 생긴 일이다.


새벽부터 제비가 숨 넘아가듯 울어대서 왜 이리 시끄럽게 잠도 못 자게 하는 거야 하며 마루에 나가봤다. 제비 한 마리가 똥 싸라고 받쳐둔 상자 위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여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새끼제비 한 마리가 집에서 떨어져 있다. 아직 혼자 힘으로 날 수 있는 새끼가 아니었다. 사람소리에 어미제비는 날아가고 우린 조심스레 새끼제비를 집안으로 넣어 준일이 있었다. 그 제비들이 고마움을 표한 걸까? 동화책에서 나오는 일을 경험했다.






겨우내 춥다는 핑계로 멀다는 핑계로 찾지 않은 시골집 세컨하우스. 연고도 없는 이 집을 구입하게 된 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분재를 좋아하는 친구가 아파트에서 키우기가 한도를 넘어 주택을 구입했는데 그 옆에 우리도 같이 마련했다.


연로하신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주 찾아뵙고 중풍으로 누워계신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거처가 필요해서 마련한 집이다. 기본 세 시간 반 거리이다 보니 당일치기는 무리였다. 2박 3일 숙식이 해결되어야 해서 구입했는데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한분도 살아계시질 않는다. 양가 부모님 모두가 돌아가시고 나니 머나먼 이곳까지 와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의무도 책임도 효도도 이제는 할 곳이 없다. 15년이라는 시간이 깃든 곳, 부모님들과의 추억이 얽힌 곳이기에 선 듯 처분하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자주 찾지 못하겠지만 가끔은 여유를 갖고 부모님들을 그리며 와서 놀다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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