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간관계의 소중한 인연.

사람사이. 세월의 무게.

by 샤이니 Mar 06. 2025
아래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만남을 오랜만에 가졌다. 40대 초반에 만나서 이제는 70대 초반이거나 중반을 지나 80을 향해 가는 얼굴들을 보며 참 세월 많이 흘렀구나를 실감하게 다.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어린 막내 부부의 아이들이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은 군대도 다녀오고 사회생활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다. 어려서 코 흘리게 시절부터 지켜봐 온 아이들이라 중간에 성장과정들은 건너뛰었지만 오랜만에 결혼식에서 만났어도 너무도 반갑고 유년시절 개구쟁이 모습 그대로인 게 신기하기까지 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애들도 우리들을 알아보고 예전 모습 그대로 세요! 하는데 인사치레인 줄 알지만 알아봐 줘서 고맙고 젊었을 적을 기억해 줘서 고마웠다.


이제는 모두가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해왔던 직장생활을 퇴직했고, 인생 2막을 시작했던 새로운 직장생활도 종지부를 찍는 나이들이 지났다. 남아있는 삶은 여유 있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 중이다.  텃밭에서 유기농 야채와 나무를 가꾸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거리도 나누면서 여가를 즐기는가 하면, 좋아하는 꽃을 키우며 소소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 봉사활동으로 어르신 복지센터에서 운전을 해주는 등,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 모임은 나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나이 들면 얼굴이 그 사람의 삶대변해 준다는데 모두가 편안한 모습에, 긴 시간 동안 아직까지는 자리 보존하고 누워있는 사람 하나 없이 열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가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 일인가! 요즘 들어 나 스스로가 놀랍다. 매사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게 된다.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앞으로 몇 년 동안이나 지금 이 모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몇 년이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서글픔과 아쉬움이 가슴 한가득 여운을 남긴다.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성장한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 여러 방면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열심히 노력해 승진 소식을 알려오면 모두가 함께 축하해 주는 따뜻한 만남이다. 벌써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도 당한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겪지 말았어야 할 일들도 겪게  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치인가 보다.





교육계에 종사하며 후배양성에 온몸을 아끼지 않고 고3 담임을 12년 동안 해왔던  예쁜 딸내미,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엄마 손길이 한참 중요한 사춘기 자녀 고3 입시생 자녀까지, 돌봐줘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아직은 많이 남았는데 이 세상 모든 걸 놔버린 자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사랑하는 딸을 병마와 싸우다 부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보내야 하는 가정도 생겼다.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말이 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는 장례식장을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내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머리나 가슴으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상상은 했지만 역시나 내 일은 아니었기에 얼만큼 아픈지 가늠하지 못했다. 모든 일에 냉철하고 정확하신 분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눈동자는 허공을 맴돌았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어떠한 위로나 격려도 겉치레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으로만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 나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고 만남인데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며 최대한 덤덤한 모습으로 딸에 대한 투병기와 떠나보낼 때까지를 풀어놓으며 침착함을 유지하다가 손주들 이야기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고3 수험생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니 오죽하겠는가! 여전히 딸의 빈자리가 익숙지 않으니 아무 데서나 울보가 돼버렸다며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데 보는 내내 가슴을 에인다...  하지만 가슴속에 담아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같이 울어가며 듣기만 했다. 듣는 사람도 말을 하는 사람도 설움이 복받친다. 


자식이나 남편을 잃은 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흉도 아닐 텐데 세상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듣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빨리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감태김치, 전라도 고향의 맛.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