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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고 묻는다면

삶의 포로가 된 인생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어?


나,
태어난 삶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도 없다.


10대엔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에
고생, 또 고생.
그저 견디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스무 살이 되어선
청춘이란 이름으로 좀 놀아봤고,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취직도 했다.


그런데—
삶의 의미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한 채

아니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시간만 흘렀다.


남들 하는 대로,
길을 걷고
직장을 다니고
계획 없는 하루를 살아냈다.


내 삶인데,
내 것이 아닌 느낌.
그저 살아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나날들.


남들 다 하는 사랑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난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종족 번식이라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딸 둘을 ‘생산’했다.
표현은 이렇지만,
그 아이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선명한 기적이 되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 시계 돌아가는 것만 바라보다

머리는 희어지고, 주름은 깊어졌다.


삶의 부침은 있었지만

끝을 고민하거나

인생을 철학적으로 파보지도 않았다

살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 왔다.


그러니까,

왜 사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웃을까?

아직도 사는 이유는 잘 모르겠거든

어느덧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기에.

오늘도 살아진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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