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재산 같은 것이 조금씩 조금씩 없어지는 줄 모르게 줄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속담과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담배나 술의 경우를 보자. 처음부터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호기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흡연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양이 늘기 시작해 어느 순간 하루 한 갑을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술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알코올이 입에 닿기만 해도 알코올 특유의 맛에 몸서리를 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잔 두 잔 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시작은 미미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발전하는 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겠지만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걱정이 된다. 걱정되는 내용 중의 하나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반응도 습관의 하나인데, 습관이 되는 이유는 한정된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운전할 때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주의를 기울여 전방을 주시하게 된다. 하지만 운전이 조금 익숙해지면 전화를 받거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운전하는 등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습관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술만 마시면 주사를 하는 사람도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같은 행동들이 자주 반복되면 그것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되고, 술을 먹으면 자동적으로 그런 행동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처럼 가랑비에 옷 젖듯 습관이 된 행동 중 대인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업무에 방해가 되는 대표적인 것이 ‘화’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화’를 내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화를 내면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경험을 하게 되면 ‘화’를 내는 것이 습관이 된다. 직상에서는 부하로 하여금 업무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화’를 내는 리더도 있다. 하지만 화를 내는 행동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화를 내면 부하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단 상사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원하는 대로 재빨리 움직이는 부하의 모습을 보면서 상사는 만족할지 모른다. 상사의 희망과는 달리 부하는 진심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화를 내는 행동이 성과를 내지도 못하게 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의 육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화를 내는 순간 화를 내는 사람의 몸속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심장에 영향을 주게 되어 우리나라 4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이런 나쁜 영향이 화를 내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화를 내는 리더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은 부하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화를 내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몸을 해치게 된다. 결국 업무에 몰입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로 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행동은 점점 강화되며, 쉽게 행동을 수정할 수도 없다. 술이나 담배를 끊기가 힘든 것처럼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화를 내는 행동이 마음 깊숙이 자리를 잡은 탓에 자신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화를 내게 된다. 이런 행동을 ‘반사적 반응’이라고 하는데, 반사적 반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하는 반응으로 상대방을 업무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적으로 인식해 공격적으로 대하게 된다.
대인관계에 문제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반사적 반응을 하는데, 이런 반응은 주변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어 자신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내가 의식적으로 내가 어떤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는가를 깨닫고, 그 행동들을 통제하지 않으면 내가 방치한 그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지금 자신의 행동 중 더욱 강화해야 할 행동과 그렇지 못한 행동을 구분하자. 그리고 강화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더 효과가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그렇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다. 이렇게 찾은 행동을 다시 반복하게 되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