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서 주민들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언론에서 보도한 적이 있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길이 있는 땅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아들이 사용료를 받기 위해 일방적으로 길을 막아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땅 주인의 이런 행동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은 “자신들도 다른 사람 땅을 공짜로 밟고 다니면서 자신들만 사용료를 받겠다고 하면 누가 이해하겠냐?”라고 말하면서 땅 주인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를 보면서 ‘사람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다’ 혹은 ‘자신밖에 모른다’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희생’이 어려운 것은 인간의 본능과 반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지점프를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올라가더라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에서 업무를 도와달라는 동료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이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서는 시간이나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하는 본능을 거스르는 선택을 해야 하고, 상대를 도와주면 상대적으로 경쟁자를 도와주는 것과 같아서 도움을 꺼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도움에는 ‘물질적 이익’과 ‘심리적 이익’ 두 가지가 있다. 상대를 돕고 난 다음 수고비를 받으면 ‘물질적 이익’을 충족한 것이다. 자원봉사의 경우 물질적 이익은 없지만 ‘보람’이라는 심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는 생존 본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심리적 이익이 물질적 이익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수당을 덜 받더라도 야근하지 않겠다’라는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란 어렵다. 퇴근길에 몸이 아파 길에 쓰러진 사람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은 요청을 들어준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자신에게 보람이라는 심리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이다. 몇 년 전부터 ‘여성’에게 도움을 주기를 꺼리는 남성이 늘어난 이유도 보람보다는 위험 가능성이 더 크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친밀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자신이 쏟는 수고에 비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도와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요청을 거부한다. 이것이 비즈니스 관계의 기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돕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진정한 신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친척 동생에게 문제가 생겨 주변 사람들에게 친척 동생을 도울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지인은 금융기관 등에서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았기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몇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자를 보냈다.
그다음 날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하면서 도와주지 못하면 못한다는 대답을 해달라고 문자를 다시 보냈다. 그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문자를 남겼는데 한 명만 아무런 대답을 보내지 않았다.
지인이 서운해한 유일한 사람은 문자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인이 서운해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 기회를 없앴기 때문이다. 의사가 사람을 구하는 것도 시간제한이 있는 것처럼 도움도 마찬가지이다. 지인이 문자에 언제까지 필요하다는 말을 분명히 적어 보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확한 거절이 없으면 희망을 품게 되는데, 대답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도움을 받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의 태도 때문이다. 문자를 보내지 않은 사람은 평소 지인에게 ‘형님’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잘 따랐다는 것이다. 이런 후배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되자 지인은 “자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저렇게 행동한다.”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라고 스스로 자책까지 하는 것이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어느 한쪽이 관계를 원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반응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지인의 요청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더는 인간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도 상대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대를 더욱더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다. 도움은 돌고 돌아 도움을 주면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삶이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설사 도움 주기가 어렵다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