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여주기식 조직문화의 부작용들

by 최환규

식탁 예절은 개인적인 차원의 위생, 음식의 조리나 서빙, 맛과 풍미를 돋우기 위한 행위 등과 전혀 상관이 없다. 복잡한 식탁 예절이 존재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그런 예절을 지키는 상류 사회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이 문장은 ‘집단 착각’의 내용 중 일부이다. 필자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나이프와 포크를 불편하게 사용하면서 음식을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직 내에도 ‘식탁 예절’과 같은 불필요한 문화 사례들이 존재한다.


조직에서 식탁 예절처럼 형식적이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불필요한 문화들은 실제 업무의 효율성이나 구성원의 만족도와는 무관하게 특정 ‘분위기’를 만들거나 ‘우리는 이러이러한 조직이다’라는 메시지를 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불필요한 조직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여주기식 회의’이다.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참석하거나, 회의 안건이 회의 전 제대로 공유가 안 된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길어지는 회의이다. 이런 회의의 목적은 실질적인 의사결정보다는 ‘모두가 논의에 참여했다’라는 모양새를 갖추거나 책임 회피에 있거나 ‘상사가 지시했으니 회의는 해야지’ 하는 이유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사례는 '과도한 보고와 서류 작업’이다. 결론은 몇 줄 요약으로 충분한데도 장황한 분석 보고서를 만들거나 필요 없는 서류를 중복으로 작성하게 하는 문화이다. 이런 불필요한 낭비가 일어나는 이유는 상사에게 ‘충실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거나, ‘이렇게 철저한 과정을 거쳤다’라는 면피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식 문화’는 조직원들의 에너지를 빼앗고 조직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데, 대표적인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여주기식 문화'는 실질적인 성과보다 형식을 중시하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보고서가 예쁘게 보일까?’와 같은 본질과 무관한 지엽적인 것에 몰두하게 된다. 이런 태도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하여 조직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저해한다. ‘내실은 없고 겉 포장만 화려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둘째, ‘보여주기식 조직문화’는 건강한 조직과 조직원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 조직원은 자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상사나 외부의 시선에 맞춰 ‘연출’하고 ‘연기’하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관계는 표면화되며 ‘소진 증후군’과 같은 내면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셋째, 획일적인 형식과 절차를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환영받기 어렵다. 조직원들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실패에 대한 관용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조직문화는 조직의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미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겉치레 문화를 벗어던지고 건강한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 리더부터 신입 사원까지 모두의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는 ‘무엇이 진짜 성과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외형적 보여주기가 아닌 실제적인 기여와 성장을 핵심 가치로 강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여주기식 활동이나 형식적 노력에 대한 보상을 줄이고, 실제적인 문제 해결, 혁신, 협력 그리고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를 최우선으로 평가하고 보상해야 한다. 단순히 보고서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보고서가 조직에 어떤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주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는 조직원들이 ‘어떤 행동이 조직에 진짜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게 된다.


‘보여주기식 문화’를 타파하는 것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의 굳건한 의지와 조직원들의 용기가 조화를 이룰 때 ‘겉치레의 족쇄’에서 벗어나 모든 조직원이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며 함께 성장하는 건강하고 활기찬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29화상사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때 감당해야 할 부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