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차를 탄 적이 있었다. 지인은 ‘너무 바빠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알약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지인은 이 말과 함께 자신은 하루 중 ‘잠자리에 누우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인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직장인 중 일부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다음 날 아침 출근해야 한다는 공포로 잠자리에 눕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다.
숙면하지 못하는 직장인은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잠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소극적인 휴식이 아니라 뇌가 낮 동안 수집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잠은 뇌를 일깨우고 다음 날 다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적극적인 정신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인이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조건 중의 하나는 숙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은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는 테이블에 실험 쥐를 올려놓고 쥐가 잠들려 할 때마다 테이블을 회전시키는 실험을 했다. 잠을 자지 못한 쥐는 3주 만에 죽었는데, 이는 먹이나 물이 없었을 때보다 불과 3일을 더 살았을 뿐이다. 잠을 자지 못한 쥐는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평소 쉽게 물리쳤던 세균에 감염되어 죽었다. 이처럼 잠이 물 못지않게 생명 유지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잠은 건강 외에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이 부족하면 도덕적 판단이나 양심이 흐려진다. 미국 메릴랜드 연구소는 26명의 군인을 대상으로 53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판단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군인들은 공통으로 판단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도덕적 문제를 전혀 개의치 않고 판단을 내렸다. 이 실험을 통해 ‘잠은 피로한 마음의 최상의 약이다’라는 명언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잠이 소중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잠을 자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이런 노력 중의 하나가 알코올이다. 퇴근 후 식당이나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으로부터 '한잔 하고 잠을 푹 자기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습관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알코올을 수면제 대용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알코올은 잠을 청하는데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알코올은 뇌 속에 있는 대뇌피질과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수면 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든다. 그러나 체내에 남아 있던 알코올이 간장에서 대사 분해되어 알코올이 아닌 유독물질로 변해서 혈액 내 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면 마비 상태에서 다시 정상으로 회복된다. 즉, 수면 상태에서 다시 각성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술이 깬 다음에는 술을 마시기 전보다 더 불쾌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다시 술을 마시게 된다.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행동은 직장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지름길이다. 잠을 위해 마시는 술은 기대와는 달리 숙면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손상과 파괴만 초래할 뿐 수명을 통한 건전한 휴식이 될 수 없다. 잠을 자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면 할수록 습관성이 되고 금단현상을 잠재우기 위해 주량이 늘어나면서 더 많을 술을 마셔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이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알코올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므로 마음속에서 타고 있는 울화의 불을 마음속에서 꺼지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냉각시킬 필요가 있는데, 절대로 술로는 냉각시킬 수가 없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술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와 동료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감사 등의 방법이 있다.
긍정적 사고, 사랑과 감사, 기쁨과 행복을 느낄 때는 엔도르핀과 같은 60가지 이상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이 분비됨으로써 사람의 마음은 평화와 만족감을 얻고, 높았던 혈압이 적당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혈당 수치도 낮아지고, 식욕이 증진되며 잠도 잘 온다.
사람의 몸은 마음가짐에 따라 유익한 호르몬이 나와 신체의 건강을 개선하고 향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술 대신 운동이나 건강한 생각을 하자. 아마도 삶의 건강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