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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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시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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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조 대서사시: 「길 위에서 시를 짓다」 (12연)
1.
전철 창에 스친 구름
사라져도 남은 시상
출근길 흔들리는 마음, 언어로 다잡는다
소음 속 침묵 하나, 나의 문장이 된다
2.
버스 창가 한 모퉁이
노인 하나 조용히 눈 감네
그 얼굴 주름마다 삶의 시편이 있고
나는 묵묵히 읊조린다, 사람의 이름들을
3.
사거리 건너 아이 웃음
꽃처럼 번져오면
멈추던 발걸음에 생기가 돌아오고
시인은 세상을 사랑할 이유를 다시 배운다
4.
회색빛 벽돌 틈에도
풀잎 하나 고개 들고
누구도 보지 않아도 꿋꿋한 그 생명처럼
시는, 그렇게 태어난다, 순간의 틈에서
5.
도시의 숲, 정류장
지친 어깨들 옆에서
커피 한 잔 내려놓고, 한 행을 쓴다
눈빛을 모으는 마음, 그것이 시작이다
6.
길 위의 나무 그림자
햇살 따라 흔들리면
내 안의 고독도 잎처럼 흔들리고
흔들림마저 진실이라, 나는 믿는다 믿는다
7.
휴식시간 짧을수록
시는 더 깊어지네
오래 곱씹은 사유는 짧은 문장에 녹고
아무 말도 안 한 그날, 가면을 쓴 시 같았다
8.
메모장에 흘린 구절
말라붙은 감정들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며 시는 깨어난다
허투루 낭비한 시간이, 나의 연금술
9.
시를 쓴다는 건 결국
자기를 거슬러 사는 것
모두가 빠르게 흐를 때, 한 줄에 멈추는 삶
멈춤이 죄가 아닌, 해답이 되는 세상
10.
시인은 고독하나
고립되진 않으리니
길 위의 수많은 발자국과 함께 걷는다
세상의 언어를 품어, 다시 건네는 삶
11.
믿음 없는 시대에도
한 줄 시가 남으리
진실을 향한 고통조차 품어야 하는 사명
시조 한 수에도 철학이 스민다
12.
전철, 버스, 골목마다
시는 살아 숨 쉰다
길 위의 시인, 고단한 하루를 견디며
내일도 한 줄로 묻는다, 삶이란